박세일, 왜 친박의 공적이 됐나…복심에서 '배신자'까지

비례대표 공천 전권, 정책위의장 등 朴신임…세종시 문제로 '탈당'
친박 "'배신자'로 낙인"…국민생각 창당, 비례1번 전여옥 등도 결정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2014.6.19/뉴스1 2014.06.19/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이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되면서 정치권에선 과거 그의 행적이 화젯거리로 오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 박 이사장의 영입을 시도했지만, 서청원 최고위원 등 당내 친박(親박근혜)계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친박 진영에서는 박 이사장에 대해 "배신자, 구시대적 인물" 등 원색적인 비판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박 이사장에 대해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물이기보다는 구시대적인 인물"이라며 "과거 정치적인 행보가 혁신적이지 않다고 당원들은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과 친박 사이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7대 총선 직전 당 대표 자리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은 박 이사장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을 지내긴 했지만, 당과 공식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당시 당 입장에서는 박 이사장의 보수 이념 성향과 수 많은 학회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형성하고 있는 학계 인맥을 통한 보수 재집권 토대를 놓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 이사장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 즉시 17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공천 전권을 박 대통령으로부터 위임 받았다.

공천권을 쥔 박 이사장은 본인을 비례대표 순번 2번에 공천했고, '박세일 사단'으로 불린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윤건영 연세대 교수 등도 당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대거 '배지'를 달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총선 직후에는 박 이사장이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으로 보내 두터운 신임을 보냈다.

그랬던 박 대통령과 박 이사장의 관계는 1년도 채 못가 세종시 수정안 논란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 이사장은 당시 박 대통령이 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데 대해 반발하며 이듬해 3월 의원직까지 던지고 전격 탈당했다. 강한 신뢰를 보냈던 박 이사장의 이 같은 반기에 당시 박 대통령과 친박 인사들의 배신감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배신자는 누구나 다 싫어하지만 박 대통령은 과거 가족사 등으로 배신감의 강도가 더했다"며 "이 때부터 박 이사장과 친박 진영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에도 박 대통령 등 친박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친박과 친이(親이명박)계 격하게 충돌했던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재완·이주호 전 장관, 윤건영 연세대 교수 등 '박세일 사단'으로 정치를 시작한 인사들이 친이 캠프로 대거 합류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박 이사장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생각을 창당하면서 친박의 심기를 다시 건드리게 된다.

국민생각은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여옥 전 의원을 영입해 잠시 '원내 정당'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전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국민생각 비례대표 1번을 공천 받았지만 1석도 얻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전 전 의원 역시 친박으로부터는 '배신자'로 공격을 받은 인물이였다.

전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며 장기간 대변인을 맡았지만, 이후에는 "박근혜 주변 사람들은 무슨 종교집단 같다"는 등 '독설'을 아끼지 않으며 거리가 급격하게 멀어졌다.

친박 입장에서는 국민생각의 대표와 상징적인 비례대표 1번이 모두 불편한 관계였던 셈이다.

국민생각은 19대 총선에서 의석 획득에 실패하며 등록이 취소됐다. 박 이사장은 이후 실시된 18대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보수 진영의 지지 선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친박 진영에서 박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것은 이 같은 과거의 악연과 함께 여의도연구원의 현실적인 역할도 맞물려 있다.

여의도연구원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등 계파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민감한 자리다. 친박에서는 특정 계파가 여의도연구원을 장악해 정보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여론조사의 틀을 만드는 것이 여론조사 자체보다 더 중요한데 여의도원장과 당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김 대표와 박 이사장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고민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yd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