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채택 놓고 곳곳서 국감 파행…'부실국감' 우려

기재위, 4대강 증인 채택 놓고 하루종일 파행 등…증인 채택 세부 기준 마련 필요성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의원들 만 출석해 있다. 이날 회의는 여야간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의사진행 발언을 위한 회의라면 참석치 않겠다'며 불참해 파행을 겪었다. 2013.10.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김유대 기자 = 지난 14일 시작된 박근혜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26일로 종반전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여야가 국감 증인채택을 놓고 곳곳에서 신경전을 벌이면서 국감이 중단되는 파행 사태가 잇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일 간 사상 최대인 628곳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이 진행됨에 따라 이미 부실 국감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여야가 대(對)정부 견제라는 국감 본질보다는 기싸움에 열을 올리면서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가장 심하게 대립한 곳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였다.

기재위는 지난 23일 4대강 사업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격한 대립을 보이며 끝내 이날 하루 수출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국감을 아예 진행하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을 놓고 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여야가 정쟁을 벌이다 어렵게 합의한 국감일정 중 하루를 신경전만 거듭하다 통째로 날려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4대강 재정정책 감사를 위해 양건 전 감사원장,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김건호 전 수자원공사 사장,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김준경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4대강 사업은 기재위가 아닌 국토교통위의 소관 사항으로 국토위에서 이미 4대강 관련 증인을 채택해 국감을 진행했다며 이를 반대했다.

여야는 이날 국감장이 아닌 국회 정론관에서 4번의 기자회견을 벗갈아 열며 '네탓공방'만 벌였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17일 국감에서도 밀양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야당이 손심길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할 것을 요구하면서 오전 국감이 파행을 이어갔다.

이밖에 환경노동위원회 등 상당수 상임위에서도 기업인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 고성과 공방이 오가 회의가 수차례 중단되는 등 회의 자체가 파행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여야가 진통 끝에 어렵사리 증인을 채택하고도 실제 국감에서는 증인을 상대로 제대로 질의를 펼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본질과는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기싸움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역대 국감 중 사상 최대 규모인 200명에 육박하는 기업인이 증인으로 국감장에 불려나왔지만 실제 질의를 받거나 의미 있는 국감이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 15일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는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 박기홍 포스코 사장,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 브리타 제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 등 19명의 기업인이 참석했지만 대부분은 하루 종일 기다리다 한마디만 답변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대기업 국회 대관업무 관계자들의 고충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한 기업의 대관업무 관계자는 "의원들의 질의서라도 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정확히 무엇 때문에 부르는지 알 수 없으니 준비도 제대로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NGO 국감 모니터단은 올해 국감 중간평가에 대해 'C학점'을 내리며 "과다 기업증인으로 인해 기업국감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국제공항공사 및 한국공항공사 국감(17일)에서는 민주당이 증인으로 나선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자격을 문제삼으면서 김 사장의 국감장 퇴장 등을 요구, 파행을 겪기도 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낭비한 시간은 결국 국가와 국민의 손해로 돌아온다"며 "국회의원들은 국감이 정당이나 의원들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차후 전문가들 위주로 국감 증인 채택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무차별한 증인 채택을 방지하기 위한 세세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anghw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