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브리핑]보훈처 직원, 문지방 넘다 넘어져도 유공자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보훈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보훈처 소속 공무원 중 국가유공자는 43명이며 이들 중 9명은 체육대회 참가 중 부상, 물품 운반 및 청소 도중 상해, 출퇴근 시 눈길에 미끄러져 치료 등의 이유로 국가유공자가 됐다.

구체적으로 보훈처 직원 A씨의 국가유공자 심의의결서를 살펴보면 "1997년 춘계체육행사에서 배구경기를 하던 중 좌족관절 염좌(인대나 근육이 늘어남)의 부상을 당해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되므로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B씨의 심의의결서에는 "1993년 전산실 바닥에 걸레질을 하고 나오던 중 걸레와 문지방에 발이 걸려 넘어져 요추부염좌 진단을 받는 등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었으므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

C씨의 경우는 1991년 20kg짜리 휠체어를 지하 1층 창고에서 1층으로 운반하던 중 발을 헛딛으며 허리 통증이 발생, 요추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아 공무수행 중 상이를 입은 자로 인정돼 국가유공자가 됐다.

보훈처는 D씨에 대해서도 "2002년 퇴근 중 귀가하다 쇠사슬에 걸려 넘어지면서 좌 요골 근위간부 분쇄골절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출퇴근 중 상이를 입었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이들에 대한 재심사는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국가유공자로 대우 받고 있으며 지난 2007년 감사원의 감사요구에 따라 이뤄진 재심사에서도 심사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재심사 대상은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국가유공자는 자녀의 중·고등학교 수업료와 대학교 등록금 전액이 면제되며, 본인과 유족, 자녀취업 시 10%의 가산점을 부여받는다. 보훈병원이나 보훈처 위탁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대부·양로·양육 등의 지원도 받는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공무상 요양' 제도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0년 국감에서 보훈처 직원들의 국가유공자 지정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 당시 김양 보훈처장은 "환수조치 할 필요가 있으면 환수 조치하겠다"며 "필요하면 직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대해 이학영 의원은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재심의를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국정감사 지적을 무시하고 재심사를 하지 않은 것은 보훈처가 자정의지가 전혀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몇 년 동안 서류를 들고 뛰어다녀도 결국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국민들은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며 "보훈처는 제 식구 감싸기를 멈추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cunj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