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표'로 패한 文 "지난 대선은 불공정 선거" 언급 배경은?

당 일각 "선수가 나서 불공정 문제 제기하면 어떡하나" 불만도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대선 불공정 문제 발언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문 의원은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와 대결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대선을 "불공정 선거"로 규정하며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공식 제기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서 박 대통령에게 108만 496표 차이로 패한 문 의원은 23일 '박 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합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이 엄중한 사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공식 언급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며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의 이 같은 언급은 현 정국이 기존의 국가정보원의 댓글 의혹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의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에서 드러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5만6000여건의 트위터글과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은 국가기관이 전반적으로 선거에 동원된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차원이 아닌 전 권력 기관의 문제라는 문제 인식에서 문 의원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수사팀장)이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의 댓글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면서 더 이상 전 정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현 정권도 개입했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도로, 기소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는 게 확인됐다"며 "특히 군사독재 시설 이후 찾아보기 어려웠던 군의 선거개입은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마저도 다 밝혀진 게 아닌,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대선 불복 주장에 대해선 "어제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선거를 다시 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명히 밝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왜 자꾸 대선불복을 말하면서 국민과 야당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니까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불공정이라는 말이 자칫 대선불복으로 흐르기 쉽지만 대선 불복 차원이 결코 아니라는 강조다.

이에 대해 문 의원측은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국가기관 동원 문제와 사건의 축소·은폐 시도라는 두 가지 팩트가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에 입장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이 수혜자란 언급도 지난번 얘기할 때 부각이 되지 않았다가, 선거개입에 대한 국면이 바뀌니 발언에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문 의원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입장을 이미 내 버렸는데, 어떡하겠느냐"며 "나서면 나서는 데로 가야지"라고 다소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는 "협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선수가 나서서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측은 "지도부에 사전에 말씀을 드리고 입장 발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j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