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 안행위, 밤 늦도록 盧 대화록 '난타전'(종합)
- 차윤주 기자, 김영신 기자

(서울=뉴스1) 차윤주 김영신 기자 =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이뤄진 14일 여야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전행정부 국감에서 안행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이관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발표를 두고 각자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실종은 '국기문란'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관계자들의 책임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대화록이 새누리당으로 유출돼 선거 유세에서 활용된 것이야 말로 국기문란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의 대화록 사태에 대한 발언을 두고도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하며 대화록을 둘러싼 여야 난타전은 밤늦도록 계속됐다.
◇與 대화록 미이관 "사초폐기 국기문란"
이날 안행위 국감에서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은 유정복 안행부 장관를 상대로 한 질의로 대화록 공방의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해 국기문란 상황이 전개됐다"며 "왕조 시대에도 함부로 하지 못한 사초를 취사선택 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를 지우는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검찰이 국가기록원에 정식 이관된 기록물 중에 당시 회의록은 없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경남 봉하마을로 가져간 '봉하 이지원(e-知園)'에서 대화록 원본과 수정본을 모두 찾아냈다고 발표했다"며 "당시 이 사안과 관련된 인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폐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실상은 검찰이 밝히겠지만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을 보관하지 않은 것은 법에 저촉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정상적인 국가기록물은 당연히 기록원에 보관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관하지 않았다면 법적 문제가 있다"며 "주요 기록물이 개인적으로 민간에 유출됐다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또 "회의록 원본을 가감 또는 삭제하는 것이 국가기록물 관리 규정상 가능한가" 라고 질의했고, 유 장관은 "삭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확인했다.
안행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기록물을 봉하로 갖고 간 것이 불법이라는 데에 이의는 없을 것"이라며 "다시는 대통령이 재임 당시 청와대의 기록물을 사저로 갖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따졌다.
황 의원은 "안행부 산하 조직인 국가기록원은 전문성과 거리가 먼 공무원 출신이 원장으로 임명돼 독립성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며 "미국, 중국 등 다른 국가처럼 외청이나 책임운영기관 형태로 운영해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 의원은 다만 대화록 원본 공개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난 7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던 데 대해, "여야 합의라 저도 찬성했지만 아직도 그것이 잘했는 지 자신에게 질문하고 싶다"며 "대통령 기록물 (공개)는 법이 정한 기간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野 "새누리-국정원 '사전기획'이야 말로 국기문란" 맞불
그러나 민주당은 여당의 '사초폐기' '사초실종' 주장은 적반하장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을 상대로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적 보복이 두려워 (기록물을) 다 없애버렸지만 노 전 대통령은 사초를 보호하겠다며 최초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들고 755만건의 기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냐"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기록원에) 왜 이관되지 않았느냐는 굉장히 작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대선 유세장소에서 비밀기록을 갖고 나와 유세한 (새누리당) 분들은 왜 조용히 있느냐. 사초가 특정 정당 관계자에게 들어가 유세에 쓰인 일이야 말로 대통령 기록물 보호제도를 송두리째 흔드는 국기문란"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2011년 9월19일과 30일 두차 례에 걸쳐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이 국가기록원에 직접 방문해 이지원 기록물 보호 체계에 대한 출력물을 가져갔다"며 "그 자료에는 '이지원 문서를 삭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도 국가정보원의 지난 6월24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사전기획설'이라는 주장에 가세했다.
백 의원은 "국정원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내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다음날인 4월19일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중 국정원이 작성해 보관 중인 정상간 대화록이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는가'라는 질의 공문을 보냈다"며 "이에 대통령기록관은 5월10일 이미 '국정원이 보관하는 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에 준해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구체적인 정황을 공개했다.
백 의원은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국정원의 대선불법개입이 사실로 확인되자 개혁 여론을 물타기하고 국면을 전환할 목적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 과정에 대통령기록관도 개입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경국 기록원장 발언 '중립성' 논란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이 대화록에 대해 발언한 것을 두고도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에선 박 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저버렸다며 사과를 요구해 안행부 국감은 밤늦도록 이어졌다.
박 원장은 대화록이 대통령 기록물인지, 공공기록물인지 해석이 분분한 데 대해 "대통령 보좌·경호기관이나 당선자 권한대행이 생산·접수해 보유한 기록물은 대통령 기록물"이라며 "국가정보원 같은 공공기관이 생산접수한 기록물은 공공기록물"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국정원본 대화록은 공공기록물이라고 보는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기록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논란이 있어왔다.
박 원장은 "대통령기록물도 기본적으로는 공공기록물이지만 특별히 보호가 필요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시해서 공공기관이 만들었다면 공공기록물"이라고 재차 말했다.
박 원장은 현재 국정원에 보관 중인 정상회담 음원파일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에서 생산접수한 문서의 기록물은 공공기록물"이라며 "음성파일도 마찬가지로 국정원에 보내졌다면 공공기록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이지원 시스템을 반출한 데 대해 2008년 7월 국가기록원의 검찰 고발장을 근거로 "무단반출"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소란이 일었다.
박 원장은 "당시 저희는(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의 '무단반출'에 대해 고발했고, 검찰이 피의사실을 인정한다고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무단'이라는 단어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다 끝나 유죄 확정이 됐을 경우 사용하는 용어"라며 "노 전 대통령이 회고록 집필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협의 끝에 봉하 마을로 이지원 사본을 갖고 간 것을 두고 어떻게 공직자인 원장이 '무단'이라고 규정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2008년 7월 국가기록원이 공문으로 봉하마을에 반환을 요구하고, 봉하마을 또한 반환 의사를 밝혔다"며 "당시 전체적 상황을 정리해보면 봉하마을 측도 반환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여야가 논란할 성질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진 의원들의 질의에도 "고발장에 근거한 답변이지 개인의 판단이 아니다"고 해명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이지원을 무단유출했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고, 박남춘·김현 의원은 박 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현 의원은 "대화록 문제는 전직 대통령들과 현직 대통령, 여야, 검찰, 국정원, 안행부까지 관련된 매우 큰 사안"이라며 "그만큼 답변이 신중해야 하는데 박 원장의 발언은 경솔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 원장의 발언은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에 위반된다"며 "전국민의 관심사일 뿐더러 여야가 정쟁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충분히 검토하자고 힘합친 마당에 국가기록원장이 '무단유출'이라는 경솔한 발언으로 정쟁 도구로 삼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격한 대화록 공방 끝에 안행부 국감은 오전 10시에 시작한 후 꼬박 12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eriwha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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