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孫 구원등판론'…孫 끝내 '불출마' 왜?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내자동의 한 식당으로 전·현직 의원들과의 만찬을 위해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김한길 대표는 이 자리를 찾아 손 전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2013.10.6/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내자동의 한 식당으로 전·현직 의원들과의 만찬을 위해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김한길 대표는 이 자리를 찾아 손 전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2013.10.6/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10·30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출마가 결국 무산됐다.

손 고문은 7일 오전 김한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의 총의를 모아 출마요청을 하셨고, 당 대표의 충정을 생각해 나 자신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지금은 자숙할 때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불출마 입장을 최종적으로 통보했다.

당내 초선 의원 35명이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손 고문 개인에겐 가혹한 것이겠으나, 시대와 국민이 손 고문을 부르고 있다"며 화성갑 보선 출마를 촉구했지만, 손 고문의 결심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앞서 손 고문은 지난 4일 김 대표와 회동에서 불출마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5일에도 김 대표의 재회동 요청까지 거부하며 확고한 '고사'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지난 6일 김 대표가 당내 손학규계 인사 20여명이 모인 자리까지 직접 찾아오는 등 한껏 몸을 낮춰 '삼고초려'의 모양새를 갖추자 손 고문은 "조금 시간을 갖고 국민 뜻을 들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선 손 고문이 출마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손 고문은 불출마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와 손 고문간 '빅매치'는 성사되지 못했다.

손 고문의 결심에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대선에서 패배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선에 나가는 데 대한 부담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손 고문측은 전했다.

손 고문의 한 측근 인사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손 고문이 김 대표에게 밝혔듯이 손 고문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은 자숙할 때라는 생각인데, 국회의원 보선이 생기자마자 나가는 게 자칫 국민들의 눈에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비쳐질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밝혔다.

여기엔 2007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상임고문이 2009년 4·29 전북 전주 덕진 재보선에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가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전례도 손 고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울러 단수후보로 내정된 정세균계인 오일용 현 지역위원장은 물론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손 고문의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당내 반발이 있었던 데다 이번 공천 문제가 당내 계파간 문제로 비화됐던 것도 손 고문이 불출마 의지를 굳히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손 고문측은 김 대표가 손 고문을 찾아와 설득하는 과정에 정세균 상임고문이 오 위원장의 후원회장으로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후원회 초청장을 보내고, 오 위원장이 손 고문의 출마반대 기자회견을 했던 것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이 지난 6일 손 고문측에 "출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하긴 했지만, 손 고문의 마음을 돌리는 데엔 역부족이었다. 오 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 주변에선 "당 대표가 어려운 상황에 출마해 달라고 삼고초려까지 하고 있는데, 정세균 고문이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한 것은 김새는 소리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세균 고문측에선 "정 고문이 손 고문에게 직접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고, '적극 돕겠다'고 문자 메시지까지 남겼다"고 반박했다.

당 일각에선 손 고문의 불출마는 결국 '당선 가능성'이라는 현실적인 요인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화성갑 지역은 정말 쉽지 않은 지역"이라며 "손 고문이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의지가 컸더라도 대권 잠룡으로서 결국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손 고문이 최종적으로 불출마 입장을 통보함에 따라 김 대표와 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손 고문의 출마를 발판삼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미(未)이관'이라는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따른 수세국면을 돌파하려던 민주당의 전략엔 차질이 빚어질 듯하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어제 밤까지만 해도 좋은 분위기였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통보를 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단 화성갑 공천을 마무리하기 위한 공천심사위 개최를 지시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공심위는 이날 오후 4시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화성갑 보선에 오 위원장을 후보로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공심위 이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오 위원장 공천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시민사회원로와의 오찬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화성 지역에 대한 공천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손 고문의 출마를 놓고 김 대표와 손 고문간 줄다리기가 이어져 공천이 지연된만큼 향후 선거 결과에 따라 김 대표와 손 고문의 정치적 리더십에 어느 정도 타격은 있을 듯하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