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재보선 '불출마'로 굳어지나…민주당 '고심'(종합)
"불출마, 되돌리기 어려울 것" 중론 속 "여지 있다" 관측도
민주당, 공심위 전체회의 7일로 연기
- 김현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10월30일 치러질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손학규 구원등판' 가능성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새누리당이 최근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를 화성갑에 공천키로 확정하면서 당내에서 '손학규 구원등판론'이 확산되자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서청원 대항마'로 손 고문을 내보내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손 고문이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손 고문은 지난 4일 저녁 김 대표와 경기 분당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로부터 "당을 위해 역할을 해 달라"며 출마 요청을 받았지만, "지난 대선에 패배해 정권을 내주게 한 죄인이 1년도 안 돼 다시 출마하는 건 국민 눈에 아름답게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고사했다.
손 고문은 김 대표가 5일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을 통해 재차 회동을 제안했지만, 측근을 통해 "출마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은 확고하니 그런 수고를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김 대표는 손 고문과 가까운 양승조 최고위원을 보내 재차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 고문이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손 고문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손 고문의 측근들도 6일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선 (불출마) 입장을 번복하는 게 더 우스운 게 아니겠느냐",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끝났다고 봐야 한다" 등의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의 한 측근 의원도 "손 고문이 전혀 안 움직이시니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 고문의 출마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실책을 부각시키며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재부각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의 국면을 타개하려고 했던 김 대표와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손 고문의 이 같은 불출마 입장 표명엔 자신의 향후 행보와 당내 역학관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권 잠룡인 손 고문으로선 재보선 때마다 출마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부담은 물론 자칫 자신의 귀국이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한 것으로 곡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의 한 측근은 "이번에 당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마치 독일에서 돌아온 게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 온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한 당내 역학관계도 손 고문의 불출마 입장표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수후보로 내정돼 있는 오일용 화성갑 지역위원장은 당내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데다 당내에 손 고문의 '조기 등판'을 마뜩치 않아 하는 기류도 감지됐기 때문이다.
손 고문측의 한 핵심 인사는 "김 대표가 손 고문을 만나러 오면서 오 위원장도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왔다고 한다. 오 위원장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손 고문에게 출마해 달라고 하는 것은 나가서 싸우기도 전에 당내에서 완전히 죽으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통정리도 하지 않은 채 지원을 요청해 섭섭했다는 감정이 드러난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결국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당으로서도 손 고문이 이번에 나가서 이기면 다행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당으로선 엄청난 실패다. 손 고문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선거를 이끌어줘야 하고, 내년 7월에도 재보선이 있으니 그 때 나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또한 화성갑 지역이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데다 손 고문이 승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여전히 손 고문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당에서 최대한 예우를 갖춰 요청을 한다면 그간 '선당후사' 정신을 보여 왔던 손 고문이 당의 요청을 외면하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민주당이 난국에 처한 상황에서 손 고문의 출마가 불발될 경우, 손 고문에게 "자신만 생각한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론 김 대표에게도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이 예상돼 양측이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이런 관측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독선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서청원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면서 "당 지도부가 조금 더 공을 들이고, 거당적으로 손 고문에게 요청을 한다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손 고문이 결심하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손 고문과 가까운 한 전직 의원 역시 "지금 현재 상태로는 손 고문의 출마 가능성은 없다. 손 고문이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출마하라고 한다면 손 고문이 나설 수 있겠느냐"면서도 "당 차원에서 손 고문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손 고문이 당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만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열어 경기 화성갑 공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7일 오전으로 연기했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아직 여지가 있어 회의를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이날 저녁 당내 손학규계 인사들과 귀국 환영만찬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손 고문은 오는 8일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산하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도 참석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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