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문재인 정조준, 野는 "수사결과 기다리자"
여야, 사초실종 공방 이어가
- 김승섭 기자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면서 '사초(史草) 실종' 논란이 정국을 또다시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새누리당은 4일 김해 봉하마을 이지원(e-知園)에 남아 있는 대화록 최종본이 대통령기록관에는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주목하면서 민주당에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새누리당은 또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사초폐기 책임론'을 제기했다.
반면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은 "기록관에 당연히 넘어가야할 자료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고의로 이관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대화록 최종본이 봉하마을 이지원에는 있고 청와대 이지원과 대통령기록관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측은 정확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열된 정쟁은 득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 수사를 기다리자"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비 사전점검회의에서 "검찰은 봉하마을 이지원에 남아 있는 대화록 최종본이 왜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지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사초 폐기에 관여한 인사는 어떤 식으로든 역사적 도덕적 책임을 국민 앞에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사초 폐기가 드러나자 정치 생명까지 걸겠다던 문 의원은 일언반구도 없다. 무책임의 극치"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그 대화록은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고, 대화록 초본은 삭제까지 되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초 폐기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참여정부는 왜 대통령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불법유출을 강행했는지, 왜 대화록 초본을 삭제하고 국가기록원으로 대화록을 이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사초폐기 사건의 핵심은 '누가, 왜 안 넘겼는지 그리고 누가, 왜 삭제했는지'다"라며 "검찰은 누가, 언제, 어떤 의도와 이유로 대화록 빼돌렸는지, 아니면 삭제했는지 철저히 밝혀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방송에 출연,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대화록을 둘러싼 공작이 계속 진행중"이라며 "얼마나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기에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을 궁지에 모는식의 꼼수로 빠져나가려고 하는지 안타깝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폐기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폐기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게 차기 정부가 정상회담 과정에서 참고하라고 대화록을 국정원에도 남기도록 했다"며 "일단 기록은 남아있는 것이다. 여기에 실종 은폐 폐기가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기록관으로 당연히 넘어갔어야 할 자료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그럼 그것이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증명된 다음에 그 것을 놓고 (노 전 대통령의 책임을)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발표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간 봉하이지원은 청와대에 있던 이지원의 사본"이라며 "사본에 최종본이 있다는 것은 청와대 이지원에 최종본이 있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당연히 기록관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검찰 발표에서 왜 없다고 하는지 우리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적극적으로 반격하기보다 노 전 대통령측 인사들의 대응을 일단 지켜보면서 검찰의 최종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사초실종' 주장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지 말라"며 강하게 반박했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섣부른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는 정쟁은 국익을 해칠 뿐"이라며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를 향해 대한민국의 갈 길이 아직도 먼 데 정부여당이 대화록을 정쟁의 소재로 삼아 국론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NLL(북방한계선)이 무탈하게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아무 탈 없이 지켜졌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변인단도 이날 '사초 실종'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이렇다 할 브리핑이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상회담 대화록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똑같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손잡고 대선에서 악용한 것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봉하 이지원에서 찾은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검찰의 '이중잣대'를 문제삼았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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