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 폐기"vs"檢 발표 물타기"…여야 공방 격화
새누리, '은폐 위해 대화록 빼돌린 것'..."문재인 책임져야"
민주, '검찰이 정쟁 유발 비난'..."대화록 유출경위도 즉각 수사해야"
문재인 측 '침묵'...조만간 입장 발표
- 김영신 기자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3일 여야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한 '굴욕회담'을 은폐하기 위해 대화록을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반면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대화록을 삭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덮기 위한 '물타기'라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민주당 공격에 집중하면서 이번 사건 책임 주체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겨냥했다.
새누리당 열람위원단장인 황진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관에 이관시키지 않은 건 명백한 법률위반이자 국기문란"이라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노무현 정부는) 이관문서 목록에서 대화록을 빼버리고 난 다음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시키지 않았다"며 "이는 '이관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를 갖고 뺀 것이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사초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이 나왔을 때 그 분(문재인 의원)이 말을 바꿨던 일을 국민이 다 듣고 확인했다"며 "문 의원은 문건이 대통령기록관에 있기 때문에 찾아보면 분명히 나온다고 했는데 전혀 없는 게 아니냐"고 문 의원을 비판했다.
황 의원은 또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면 정치생명을 그만두겠다고까지 했다"며 "정치적 책임도 본인이 먼저 얘기했을 뿐더러, 이제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응당한 법적 책임도 지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 또한 KBS 라디오에 출연, "(대통령기록물) 755만 건 중 회의록 1건만 빠졌는데 그게 어떻게 실수겠느냐. 확률통계적으로 봐도 당연히 의도적으로 이뤄진 일에 검찰력을 낭비해야겠느냐"며 국가정보원에 있는 정상회담 녹취록 공개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 대해 "처음에는 문 의원 역시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럴 여지가 없다"며 "문 의원의 어느 말 한마디조차 국민이 믿고 수긍할 수가 없어졌고 국민 앞에 사과할 기회도 다 놓쳐버렸기 때문에 이젠 법의 심판을 받는 길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민주당은 검찰 중간 수사 발표 자체를 문제삼는 한편,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의 '사초실종' 공세에 대해 "실종된 게 아니다"고 반박하며 국면 전환에 주력했다.
김 대표는 "참여정부 관계자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채 검찰이 서둘러 수사결과를 발표해 추측과 해석이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며 "검찰은 명백하게 규명된 사실관계만을 밝혀 정쟁의 여지를 최소화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예컨데 여당이 사초실종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여당이 사전에 입수해 지난 대선 과정 유세장에서 낭독한 대화록을 이제와서 실종됐다고 한다면 그 대화록은 무엇이었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열람위원(우윤근·전해철·박남춘·박범계·박민수)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록은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고 있다"며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새누리당) 불법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즉각 실시해야한다"며 총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2008년 7월19일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반환했고, 대화록은 반환한 이지원 사본에 존재한다"며 "따라서 '사초실종'이라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주장은 허구"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 기록물 관리시스템인 '팜스'에 등재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면 될 일"이라며 "검찰이 기습적으로 수사과정을 공개한 것은 사건의 원인과 과정, 결과를 일관되게 밝혀야 하는 수사의 기본원칙에서 벗어난 것으로 국면전환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검찰은 대화록이 새누리당 측에 불법적으로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도 지체없이 수사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시작은 새누리당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한 것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젠 국회에 보관 중인 정상회담 사전·사후자료(부속자료)를 열람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제기하는 '문재인 책임론'을 방어하는 데도 적극 나섰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대화록 논란은 지난해 10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으로 비롯된 게 아니냐"고 화살을 새누리당에 돌렸다.
김 의원은 "당시 문 의원은 대화록을 직접 확인했고 차기 정부의 참고용으로 국정기록으로 남겼다"며 "때문에 (문 의원이) '배석자 없는 정상회담이나 회동은 없었고, 회담 회동 녹취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NLL 포기발언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공작이 난무해도 사실을 호도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허위 사실을 유포시키는 것이야 말로 국민이 정치에 대해 신물이 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여야 간 격한 공방 속에서 대화록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문재인 의원은 당혹스러운 듯한 모습이다.
문 의원은 전날 검찰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용을 잘 모르니 알아보고 얘기하겠다"며 "적절한 사람이 적절한 방법으로 입장을 밝히면 된다"는 짤막한 의견만 표명했다.
노무현 정부 실세로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은 그간 "국가기론원에 모든 자료를 이관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치를 그만두겠다" 등의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 발표가 자신의 주장과 정반대로 나오자 일단 침묵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 측은 이날 "상황을 봐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내일이 될 수 있고, 입장 발표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riwha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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