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부각된 'NLL 대화록' 실종…여야 공방 재현

2일 오후 성남시 수정구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 전시관 앞으로 수사를 마친 검찰 차량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2013.10.2/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2일 오후 성남시 수정구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 전시관 앞으로 수사를 마친 검찰 차량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2013.10.2/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이 담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실종 사태가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2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갔다 반환한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봉하이지원)에 별도의 회의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회의록은 국가정보원 보관본과 거의 내용이 같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봉하이지원에서 대화록이 등록됐다가 삭제된 흔적도 발견해 삭제됐던 대화록을 복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의 이 발표는 그간 이른바 사초(史草) 실종 논란과 관련해 참여정부에선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통째로 넘겼기 때문에 이명박정부에서 삭제했을 것이라는 민주당과 참여정부측 인사들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이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새누리당은 릴레이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 등 참여정부 인사들을 대한 파상공세를 폈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에서 대화록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철저한 책임 추궁을 촉구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약 두 달여간에 걸친 검찰 수사가 결국 사초(史草) 실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으로 결론내려진 것에 허탈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제는 대화록이 왜 정상적으로 이관되지 않았는지 그 진실 규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근거로 대화록이 언제, 누구에 의해, 무슨 이유로, 어떻게 실종되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 주길 바란다"며 "아울러 그 진상에 따라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것은 치밀히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노무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라며 "(참여정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 만큼 사초 행방불명의 당사자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자초지종을 정직하게 밝혀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은희 원내대변인도 "참여정부 인사들, 특히 대화록 열람을 주장하며 호언장담했던 문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국민들께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며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호언장담하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슬그머니 덮자고 말을 바꾸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석고대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 역시 "민주당은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을 혼돈 속에 빠트린 것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검색에 참여했던 새누리당측 열람위원(황진하·김진태·조명철·심윤조·김성찬)들도 기자회견을 갖고 "노 전 대통령이 굴욕적 회담 결과가 역사적 자료로 보관되는 것이 두려워 (대화록을) 남기지 않은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대응책 마련에 골몰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이날 오전 즉각적인 입장표명을 했던 것과 달리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입장을 내놓았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당시 정상회담 회의록 작성 및 보관에 참여한 참여정부 주요 관계자들이 검찰의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갑작스럽게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최근의 잇단 국정난맥상의 국면전환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검찰수사 결과 분명해진 점이 있다. 정상회담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 현재 보관돼 있는 봉하 이지원시스템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더 이상 정상회담 대화록 사초폐기 운운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정치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자들이 수사에 성실히 임하기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앞으로의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예의주시하겠다"면서 "검찰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제대로 해서, 앞으로 정상회담 회의록에 관한 모든 의혹이 낱낱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또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대선캠프 인사들의 대화록 사전유출설과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공개 사전기획설을 거론하며 "이 모든 일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노무현재단은 성명을 내고 오후 3시30분께 성명을 내고 "검찰 발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상회담 대화록을 발견했다는 것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당시 청와대 이지원과 국정원에 모두 남겨졌음이 확인됐다"면서 "이번 검찰 발표를 통해 대화록은 명백히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더 이상 은폐니, 사초실종이니 하는 주장의 근거는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검찰 발표에 따르면 초안 상태에서 삭제된 것을 발견해 복구하고 수정된 최종본도 함께 발견했다고 한다"며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은 삭제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 검찰이 삭제, 복구 등의 표현으로 의혹의 대상인 것으로 발표하고 일부에서 대단한 의혹이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정략적인 행태는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이지원에는 남아있는 대화록이 대통령기록관에는 왜 존재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지금부터 확인하고 규명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 공개를 요구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용을 잘 모르니 알아보고 말하겠다. 좀 더 확인해보고 얘기하자"면서 "나중에 적절한 사람이 적절한 방법으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의 입장을 요약하면 봉하 이지원에 대화록이 존재함으로써 사초 폐기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는지, 왜 봉하이지원에서 삭제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쾌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