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징계안 '수북'…'진흙탕' 국회를 징계할 판

1년만에 23건 제소…과거 국회 두배 수준, '대선 거치며 감정의 골'

새누리당 김태흠, 김진태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안과에서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목적으로 한 이번 징계안에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 153명 전원이 서명했다. 2013.9.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이 6일 국회에 제출되면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된 수 많은 징계안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 들어 상대 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 제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여야 정치권이 감정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19대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윤리특위에 회부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모두 23건에 이른다.

앞서 18대 국회 4년 간 54건의 절반에 가까운 징계안이 19대 국회 1년 여만에 제출된 셈이다. 17대 국회(37건)와 비교하면 급증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윤리특위는 회부된 징계안 23건 중 6건을 처리했고 17건은 계류된 상태다.

징계안과는 별도로 이 의원 및 같은 당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도 윤리특위에 회부된 상태로, 여야는 오는 16일 윤리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두 의원 자격심사안을 비롯해 일부 징계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19대 국회에 제출된 징계안을 정당별(징계대상자)로 보면 새누리당이 10명에 총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김성태 김태호 서상기 심재철 조명철 의원이 각 1건씩, 김진태 김태흠 정문헌 한선교 의원이 각각 2건씩 징계를 요구받았다. 김형태 의원의 경우 징계안 제출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으나 이후 탈당한 뒤 현재 의원직을 상실한 상태다.

민주당은 총 8건으로 김광진 박영선 배재정 오영식 이종걸 이해찬 임내현 홍익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각 1건씩 제출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전날 제출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징계안이 1건 있다.

이번 국회에 제출된 징계안은 규모 면에서 역대 국회를 압도할 뿐더러 특히 상대당 의원들의 언행을 막말과 인격모독, 폭력으로 문제삼아 징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치열한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도 징계안 제출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어느 한쪽에서 징계안을 제출할 경우 이에 맞대응해 징계를 요구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19대 국회 들어 가장 먼저 제출된 징계안은 이종걸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었다.

지난해 8월 이 의원이 트위터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에 대해 '그년'이라고 표현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징계를 요구했다. 윤리위는 이에 대해 이 의원이 공개회의에서 사과할 것을 결정했다.

최근에는 지난달 23일 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이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라는 발언을 해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며 징계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같은 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진골TK'로 지칭,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며 징계안으로 민주당에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 측은 다시 며칠 뒤 김진태 의원이 국정조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며 징계안을 냈다.

이 같은 양상을 두고 19대 국회에서 동료의원들 간 감정싸움이 격화, 징계안 제출로 이어지며 징계안 제도가 의원들의 자기 주장 합리화나 화풀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9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습관처럼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며 "징계안은 국회의원 직무수행 적합 여부를 기준으로 신중하게 제출돼야 하는데 의원들이 서로 감정시비를 하다보니 징계안이 일종의 물타기처럼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언제부터인가 국회의원들 간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며 "과거에는 정치적으로는 싸우면서도 인간적으로는 교류를 했으나, 요새는 완전히 단절된 것으로 보인다. 삭막하게 변해가는 정치권 풍조가 윤리위 제소 급증으로 반영되는 것"이라며 말했다.

한편에서는 윤리위 기능의 한계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위원장부터 소속 위원 모두 여야 현역 의원들이 맡다보니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윤리위가 징계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구체적인 논의에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서로 자당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껄끄러운 상황을 암묵적으로 교감한 탓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탓에 징계안을 제출할 때 진지한 판단을 하기보다 '일단 제소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차피 징계안 논의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석기 사건'이 불거졌지 않았다면 윤리위의 개점휴업 상태가 더욱 길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상철 교수는 "지금처럼 의원들은 감정싸움하듯 징계안을 남발하고, 윤리위는 무늬만 가진 채 제 식구를 감싸다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윤리위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전원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독립기구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riwha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