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박승춘 보훈처장 답변 태도 논란에 정회(종합)

보훈처장 "5·18 관련 단체 외 모든 보훈 단체 '임을 위한 행진곡' 반대"
박지원 "한국말로 간첩질하면 한국말 못쓰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제정 여부를 놓고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언쟁을 벌인 뒤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박 보훈처장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면서 논란을 빚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답변 태도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정회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훈처 소관 법률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 출석한 박 처장을 상대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을 빚은데 대한 책임을 물으며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된다는데 그렇다면 당시 행사에 참석한 보훈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왜 자리에서 일어섰나. 박근혜 대통령도 일어서서 태극기를 흔들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보훈처장이 지옥에 가나"고 몰아세웠다.

이에 박 처장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8년 이후 논란이 돼서 제창을 하지 않았다"면서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맞섰다.

특히 박 처장이 "5·18은 찬성하지만 5·18 단체 이외의 모든 보훈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반대한다"며 "이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를 제창하지 못하는 것은 특정 단체에서 애국가 대신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 단체가 이 노래를 못부르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법사위 회의장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나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박 의원은 박 처장의 답변이 황당하다는 듯 "간첩질을 하는 사람이 한국말로 간첩질을 하면 한국말을 쓰지 말라는 건가"라고 재반박했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박영선 법사위원장(민주당)도 박 처장의 답변에 불쾌함을 표시하며 "보훈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답변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려면 법사위에서는 더 이상 보훈처 소관 법안을 심사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과 박 처장 사이의 신경전은 박 처장이 "사퇴하라"는 박 의원의 말을 웃음으로 받아 넘기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박 의원이 "보훈처장이 국무위원이 아니라서 해임 건의도 못하고 있다"고 말하자, 박 처장은 책상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웃으며 "사퇴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가 보훈처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국가 유공자를 위한 곳"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의원은 박 처장의 답변 태도를 보며 "비웃지 말라. 잘못했으니 사퇴하라는 것 아니냐"라고 몰아세웠고, 회의장이 소란스러워 지자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정회를 선언, 법안심사가 40분 가량 파행을 겪었다.

이후 속개된 회의에서 박영선 위원장은 "보훈처장 입장은 있겠지만, 박 의원의 질의에 큰 소리로 껄껄껄 웃는 답변 태도는 문제가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하라"고 박 처장에게 주문했고, 박 처장은 "박 의원의 질문에 답변 태도가 적절치 못했던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 사태가 일단 마무리 됐다.

박 의원은 박 처장의 사과에 대해 "5·18 행사를 마치 애국가를 거부하는 세력과 같은 류로 취급하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해 법사위원장이 분명한 주의 조치를 취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y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