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종합세트' 김병관, 해명 됐나?(종합)
새벽 3시까지 17시간 청문회 종료
의혹 사실 인정 외 해명 명확치 않아...애매한 '유감' 일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진통 예상
각종 의혹들로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8일 인사청문회가 자정을 넘겨 9일 새벽 3시까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진행됐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여야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의가 이어졌고, 8일 오전 10시 시작된 청문회는 훌쩍 자정을 넘겨 이례적으로 차수 변경까지 하며 다음 날로 넘어가 17시간 동안 계속됐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도덕성 의혹 등에 적극 해명했지만, 일부 의혹을 사실로 인정한 것 외에는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의혹이 해명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는 모호한 말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박기춘 원내대표 등 민주통합당 원내 지도부는 8일 오후 잠시 청문회장을 찾아 김 후보자의 질의를 지켜보며 험난한 경과보고서 채택 과정을 예고했다.
일단 국방위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30분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개최 일정을 잡고 있다.
◇무기중개상 고문 재직 논란…해명 부족
특히 여야 국방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2008년 3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끝으로 전연학 뒤 2년간 무기중개업체인 유비엠텍 고문으로 재직한 사실을 집중 추궁했다.
김 후보자가 유비엠텍의 고문으로 재직할 당시 K2 전차의 핵심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이 국산 제품에서 유비엠텍이 중개하는 독일산으로 변경 결정됨에 따라 김 후보자가 이 과정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사실상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김 후보자는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일체의 로비 활동을 하지 않았고, 만약 (로비를) 했다면 당장이라도 국방부 장관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전차 엔진을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데 대한 자문 역할로 유비엠텍에 입사한 것이지, 파워팩 도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이날 청문회 내내 견지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의 문제 제기는 이어졌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4성 장군이 무기 중계 업체에 입사한 것은 명예 보다는 돈을 택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고, 김진표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세계 어느 나라가 무기중개상 고문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전례가 있냐"며 "공직에 다시 들어갈 생각을 버리고, 개인적인 목적을 추구하는게 아닌 이상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형태 무소속 의원도 "4성 장군을 지낸 분이 월 600만원을 받기 위해 온갖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무기 중개상을 했어야 했냐"며 "(군 최고위급은) 명예를 목숨 같이 여겨야 하는데 무기업체 중개상 고문 역할을 한 것은 유구무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로비활동 의혹의 핵심인 유비엠텍 채용계약서를 주요 부분을 삭제하고 제출해 논란이 가중됐다.
유승민 국방위원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유비엠텍 비상임고문 계약서 원본은 꼭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오후 늦게 김 후보자가 회사 측과 체결한 비상임고문 계약서가 제출됐지만,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은 계약서에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고문, 특별한 업무의 대가는 사안별로 별도로 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문제 삼으며 "합작회사 신설에 대해 단순한 고문만을 하는 역할이라면 이런 조항이 왜 있겠나"고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특히 김 의원은 합작회사 신설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김 후보자 퇴직시 7000만원을 수령한데 대해 "(로비) 격려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받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다른 임무를 할 때는 다시 계약을 하기로 했는데, 다른 계약을 한 적이 없다"며 "(7000만원은) 3년간 일한데 대한 위로금 명목"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등 의혹 "제 불찰" 시인
이날 청문회에선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등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고, 김 후보자는 일부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경북 예천군 용문면 임야 증여세 미납과 투기 목적의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구입, 서울 가락 한라아파트 위장전입, 동작구 노량진 우성아파트 편법 절세, 노량진 아파트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제기됐고, 위장전입 역시 17건에 달했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후보자와 배우자 명의로 거래된 (부동산) 내용을 확인한 결과 총 8건이었고 이를 통한 차익은 14억원 정도"라며 "이는 형성한 재산 대부분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의혹 등을 나열하며 "여타의 많은 의혹들이 있지만 본인이 인정하고 있는 것만 해도 이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의혹이 많았다는 것은 제 불찰이고 불민해서..."라며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투기 의혹을 지적하는 질의에 대해 "투기가 아니라 투자였고, 투자가 성공한 것은 두개 뿐"이라고 주장했고, "군인으로 근무하면서 주소를 여러번 옮겨다녔고, 집을 한 채 마련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9사단 포병대대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1985년 당시 부대 근처에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던 땅을 매입했다 보호지역이 해제되면서 막대한 차익을 거둔 데 대해서는 "수용될지 몰랐다"며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고 노년을 보내려고 자리를 잡았다"고 의혹을 부인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당시 37세인데 노후를 준비한다고, 그것도 부대 주변 부지를 매입한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는 위장전입에 대해선 "아이들 진학 문제 때문이라든지, 아이들이 크기 전에 아파트 분양을 받아야 해서 서울에 주민등록 두고 간 적도 있었다"며 "그 점에 대해선 분명히 적절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천안함 때 골프, 연평도 포격 직후 日 온천여행 '사과'
김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 직후 골프, 연평도 포격 직후 일본 온천 관광 등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이는 데 대해선 "당시 깊이 생각하고 확실한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는 또한 '예비역은 전시 상태가 발발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신분'이라는 안규백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적에도 "그 상황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이나 소집돼야 할 일이 있었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했다.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부대 위문금 본인 명의 통장에
김 후보자는 1999년 육군 2사단장 재직 당시 800만원 가량의 부대 위문금을 본인 명의의 통장에 넣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데 대해선 "부대 명의의 통장을 요구했지만 실명제법으로 인해 제 이름으로 해서 통장을 가져 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이 실명제 법을 따른다 해도 부대명으로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고 거듭 지적하자 "챙기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위문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분명히 부대 복지비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방위원들의 통장 사본 제출 요구에 대해선 "시간이 오래 지나갔다. 통장을 찾고 있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 "안보 상황 대단히 위중…도발시 뼈저린 대가 치를 것"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를 통해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도 개진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의 안보 상황은 대단히 위중하다"며 "적이 도발하면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해 뼈저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는 "지금 전작권 전환에 대해 현재까지 방침은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돼 있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위협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전작권을 이양할 만한 상황인지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자는 "재평가 결과에 따라서 (전작권 전환 계획을) 재고할 수도 있다"며 "확답을 내릴 단계는 아니지만 예정된 시행일로부터 2년 내지 1년 반 전에는 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미 미사일 지침과 관련해서는 "신뢰하에서 국제적인 범위에서 (사거리 연장을) 허용 받는 게 타당하다"고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전술핵재배치 문제에 대해선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부정하고 있지만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협력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핵 개발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8일 "금년의 위기 상황을 감안해 국방 예산의 추경을 고려하겠다"고 국방 예산의 증액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전면전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오전과 오후에 엇갈린 대답을 내놓으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북한의 전면전 도발 가능성에 대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핵무기 등은 부담이 되지만, 전면 도발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대선 전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도 "북한의 전면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여야 국방위원들이 문제를 삼자 오후 질의에서는 "전면전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고, (북한 도발시) 강력한 응징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김 후보자는 발언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한 의원의 질의를 듣고 빨리 답하다 보니 학자적 입장에서 말씀을 드렸다"며 "오늘 이시점은 (한반도 안보 상황이) 위중한 시기가 됐다. 전면전을 벌일수 있을만큼 북한이 절박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밝혔다.
◇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 공감대 부족"
김 후보자는 국방 현안 가운데 하나인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전시을 감안했을 때 최적안인지 잘 모르겠다"며 "국회에서 반려된다면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유승민 국방위원장은 "정부가 낸 법안이기 때문에 철회를 하든 안하든 정부가 할 일"이라며 "'국회에서 반려된다'는 것은 법적·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한 것과 관련해선 "공약을 완전히 지키진 못하지만 제한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산은 좀 더 들어가겠지만 전투혁신형 군대를 추진해야 복무 기간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김 후보자는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난 군 가산점제 부활 문제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노고에 대한 보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첨예한 갈등을 겪은 제주해군기지 사업과 관련해선 "제주해군기지는 매우 중요하고 조속히 완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5·16 군사쿠데타와 관련해선 "정치적 사안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y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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