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접경 관광 가시화…협력 구조 굳어지면 한국 낄 여지 없다"

북중 열차·항공 복원에 북러 육상 교통 확대…'두만강 삼각지대'가 핵심
"금강산·개성 틀로는 부족…두만강·환동해까지 비전 다시 짜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5월 29일 "개건된 두만강역 준공식이 현지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관광 협력을 단계적으로 재개하면서 향후 북한의 관광사업에서 한국이 개입할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금강산 혹은 개성 관광의 재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이미 굳어진 북·중·러 3각 협력의 틀에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9일 나온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북·중·러 초국경관광의 가능성과 전략적 함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변화를 단순한 관광 재개가 아니라 접경지 교류의 새 방식이 형성되는 초기 국면으로 규정했다.

북중 열차·항공 복원에 북러 육상 교통 확대…경제로도 가까워지는 북·중·러

코로나19 이후 화물 운송 중심으로 복원되던 북한의 대외 교류는 올해 들어 인적 왕래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북중 간에는 베이징-평양·단둥-평양 여객열차 운행이 재개됐고, 에어차이나의 베이징-평양 직항 노선도 다시 열렸다.

북러 간에는 육상 교통 통로의 질적 변화가 예상된다. 러시아 연해주 하산과 북한 나선을 잇는 자동차 전용 다리가 오는 6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이 다리는 하루 차량 300대·2000명 이상이 통행할 수 있는 규모로, 완공 시 버스·승용차·화물차를 통한 인적·물류 이동이 한층 쉬워진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의 핵심 공간으로 두만강 삼각지대(북한 나선, 중국 훈춘·방천, 러시아 하산·블라디보스토크가 인접한 지역)를 지목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 지역을 "한반도와 동북아의 교통·관광·경제 협력이 연결될 수 있는 전략적 접점"으로 규정하며, 단기적으로 가장 현실성이 높은 사업 구조로 훈춘-나선-하산-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두만강 삼각지대 연계형을 꼽았다. 북한이 올해 2월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관광을 외화 조달 기능을 갖춘 경제 부문으로 '산업화'하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가 특히 주목한 것은 운영 관행의 선점 효과다. 최 연구위원은 "관광이 제한적으로라도 재개되면 이동 경로, 통관 절차, 결제·정산 방식, 안전관리, 여행사와 지방정부 간 역할 분담 등 접경 교류를 운영하는 실무적 기준과 노하우가 축적·고착화할 수 있다"며 "이는 관광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접경 관광을 통해 형성된 관행이 향후 물류·인적 왕래·특구 개발·보건·재난안전 협력 등으로 확장될 때 하나의 준거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다만 구조적 제약도 존재한다.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방문이 불가능한 비대칭적 관광 구조, 숙박·의료·결제 등의 인프라 취약, 대북제재 문제가 핵심 변수다.

보고서는 "북한의 국제관광 확대는 외화 수입을 위한 산업화 필요와 체제 안전을 위한 관리 요구 사이에서 조정돼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라고 짚었다. 지난해 북한의 나선·원산갈마관광지구에서 외국인 관광이 재개 직후 중단 또는 일시 중단된 사례도 운영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금강산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금강산·개성 틀로는 부족…두만강·환동해까지 비전 다시 짜야"

최 연구위원은 향후 한국의 대북사업 공간 확보를 위한 세 가지 선제적 대응을 제언했다. 우선 단둥-평양과 훈춘-나선 접경 경로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열리는지를 포함해 북중 관광 재개의 운영 방식 변화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북중 관광의 운영 방식은 향후 북중러 접경 관광이 어떠한 운영 방식과 구조 속에서 형성될지를 가늠하게 하는 선행 사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어 금강산과 개성 관광 복원 구상에 머무르지 말고 나선·원산·두만강·환동해를 아우르는 다층적 남북 관광 협력 비전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금강산·개성 관련 협력 사업의 정상화와 원산갈마 평화관광 연계를 공식 과제로 제시했지만, 최 연구위원은 "북·중·러 접경 관광은 금강산·개성 중심의 기존 남북 협력 틀과는 다른 공간과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별도의 구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두만강 유역 공동 생태 조사, 접경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 철새 이동 경로·습지 보전 조사 등 대북제재 저촉 가능성이 낮은 기능적 협력 의제를 선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를 "향후 남·북·중·러 접경 관광 협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정보와 현장 협력 기반을 축적하는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