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소유의 제도화가 미칠 파장[정창현의 북한읽기]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2024년 1월 중국 단둥을 방문했을 때 중국인 기업가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들이 평양으로 많이 들어가고 있다. 평양의 자동차 판매시장이 대폭 확장될 것"이라며 "조만간 북한의 자체브랜드를 단 자동차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이 이야기가 갖는 의미를 몰랐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북한이 민법 제134조(개인 소유권 대상)를 개정해 자가용 소유자의 개인등록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은 2024년에 자가용 소유 관련 법을 개정해 개인의 자가용 소유에 대한 보유 절차를 구체화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과거와 달리 자가용 구입 비용의 축적 과정을 증명하지 않고도 차량을 살 수 있게 허용하고 상속도 인정해 주었다는 전언도 나왔다.
북한에서 법적으로 자가용 소유는 이미 오래전에 허용됐다. 대표적으로 1998년 북한의 개정헌법에는 '합법적인 경리 활동을 통하여 얻은 수입'도 개인 소유의 대상에 포함되었고, 승용차 같은 기재(器材)까지 포함해 개인 소유권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합법적 수입으로 승용차를 살 수 있는 북한 주민은 거의 없었다.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 있는 친지로부터 송금을 받거나 국가로부터 포상을 받아 자가용을 소유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개인 등록은 불가능했고, 국가 기관이나 사업소에 등록해 이용할 수 있었다. 형식적으로 개인 소유가 아닌 '법인차'에 가까웠던 것이다.
1999년 신의주에 거주하다 탈북한 한 여성은 "북한에서 생활할 때 중국에서 승용차를 들여와 사회안전부(경찰)에 등록해 놓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신의주시 사회안전부에서 업무적으로 급할 때 사용하기도 했지만 주로 장사를 위해 이동할 때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1999년 8월 스페인에서 열린 제7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정성옥이 우승하자 북한 당국이 주택과 승용차를 하사한 사례도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시장이 확대되고 북중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비공식적으로 자가용을 사용하는 개인들이 늘기 시작했다. 시장 활동과 무역으로 돈을 번 사람들, 해외자본을 유치한 합영합작회사 간부들이었다. 2000년 남포시에 남북 합작으로 평화자동차공장이 준공돼 본격적으로 승용차를 생산하고 수리점도 여러 곳에 문을 열면서 승용차를 구입해 이용할 수 있는 환경도 개선됐다.
2017년 마침내 평양 시내에 기관이나 기업 소유의 차와 구별되는 '노란 번호판'을 단 자가용이 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 명의의 차량 등록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뒤에야 법적으로, 실질적으로 개인 명의의 자가용 사용이 제도화되었다.
농민시장이 1990년대 경제난을 겪으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종합시장으로 확장되자 북한이 몇 년간의 논쟁을 거쳐 '지역(구역)시장'으로 제도화한 것처럼 자가용 소유의 제도화 방침도 많은 논쟁을 거쳐 확정됐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자가용 소유 제도화의 의도에 대해 "비공식 경제를 공식적인 '등록' 제도로 편입시켜 국가의 재정과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주민들의 경제 활동으로 커진 부(富)와 자동차 수요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자,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되 국가의 통제력은 유지하려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늘어나는 '우회 소유'를 통제할 수 없다면 개인 등록 과정을 통해 수수료를 거두고, 민간의 외화(자동차 구입은 사실상 외화로 가능)를 국가 재정으로 흡수하는 한편, 차량 데이터를 축적하여 교통 및 사회 통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동차 개인 소유화를 통해 더 많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내수 소비를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도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식 시장 경제 모델을 일부 수용하려는 큰 그림의 일부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자가용의 법적 제도화 이후 북한 당국은 자동차의 판매, 수리를 위한 수요자의 편의성을 높이는데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준공한 평양 화성지구 3단계 신도시에 들어선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가 대표적 사례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 봉사소가 "판매와 수리를 비롯한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봉사를 받을 수 있는 종합적인 자동차기술봉사기지"라며 "지금껏 있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라고 소개했다. 각종 차 부속품과 액세서리도 구비했으며, 무인 세차·타이어 교체·도장 등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운전 교육을 받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에서 판매 외에 승용차 임대 봉사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천리마자동차합영회사와 천리마자동차종합공장 등을 산하에 둔 천리마자동차무역총회사도 1998년 설립 초기 트럭 생산 중심에서 최근 승용차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북한 잡지 <금수강산> 최근호(2026년 1월호)는 "천리마자동차무역총회사는 각종 형태의 윤전 기재들에 대한 연구와 조립, 판매, 수리, 차 부품 봉사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체"라며 "자동차 유형별로 종합적인 수리봉사체계를 정연하게 세워놓고 수리의 질과 신속성을 최대로 보장함으로써 손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평양의 자가용은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을까?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 조철남 부원은 "최근 평양 시민들의 자가용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가고 있다"며 "시민들은 출퇴근을 비롯한 사업 보장과 친척 방문, 병 치료, 가족·동료들과의 여행 등에서 자가용차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평양시에서 판매된 자가용이 8000여 대에 이른다는 전언도 나왔다.
자가용의 용도나 판매 대수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만 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노란색 번호판을 단 개인 자가용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확인된다.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한 외국인은 "노란색 번호판을 단 승용차를 쉽게 볼 수 있었고, 8000번대 번호판을 단 승용차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10년 전 평화자동차에서 생산한 SUV 차량 '뻐꾸기'는 3만 달러, 한국의 체어맨 기반으로 생산한 '준마'는 4만 달러 정도에 팔렸다. 이러한 가격은 250~500달러 정도로 팔리고 있는 스마트폰과는 차원이 다른 금액이다. 북한에서 개인의 자가용 구매가 어느 정도까지 대중화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자가용 소유를 제도화한 북한 당국의 의도나 판매 대수보다 더 주목되는 측면은 이러한 정책이 가져올 파급효과다. 우선 개인과 가족의 관광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다. 북한은 헌법에서 '공민의 거주와 여행의 자유'를 명기하고 있다. 2000년대에 방북했을 때도 주요 관광지에서는 기관이나 기업에 등록된 '자가용'을 타고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온 여행객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자가용의 제도화는 이러한 형태의 사적인 관광을 크게 늘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자가용의 제도화가 개인의 주택 소유와 판매의 제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북한은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건물은 집단적 소유의 대상에서 제외해 살림집의 개인 소유를 허용했다. 민법도 명목적으로 개인의 주택 소유를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살림집은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입사증'이 발급된 주민만 이용할 수 있으며 거래가 금지돼 있다. 법적으로 '살림집 교환'만 가능하다.
다만 비공식 경제 영역에서 음성적으로 서류를 갖춰 '주택 사용권'을 사고파는(교환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국가계획기관과 기업소, 단체가 살림집을 건설할 때 민간자본이 투입된 경우 민간 몫의 살림집은 '개인 분양과 판매'가 거의 공식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중국의 한 기업인은 "조선(북)이 상업용 주택 판매에 대한 전국적인 규정을 발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개인들이 국가 재정보다 훨씬 많은 돈을 보유했던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유사하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앞으로 식량과 소비상품문제가 풀리면 근로자들이 자기 수입으로 식량도 제값으로 사 먹고, 살림집도 사서 쓰거나 온전한 사용료를 물고 쓰도록 하여야 합니다"라고 지시한 적이 있고, 북한 당국이 2018년 11월 '라선경제무역지대 살림집 판매 및 이용규정'을 제정해 시범적으로 '승인받은 기관, 기업소, 단체'가 살림집을 건설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런 흐름에서 봤을 때 자가용의 제도화 조치가 주택 매매 관행의 제도화로까지 파급될지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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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