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성지'에 문 연 호텔에 '프레스 룸' 설치…北, 내년 '개방'에 속도

국제적 외교 행사·동계 스포츠대회 유치 추진 예상
北, 지난 7월 개장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도 '외교 행사' 유치 시사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우리나라 북부 산간도시의 전형으로, 특색 있는 사계절 산악관광지로 자기의 매력적인 모습을 더욱 일신해가는 삼지연시에 현대적인 호텔들이 새로 일떠서 준공했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김씨 일가의 '혁명 성지'로 선전해 온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에 새로 준공한 호텔에 '프레스 룸(press center)'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내년엔 관광을 매개로 한 점진적 대외 개방에 속도를 내려는 신호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삼지연관광지구에 일떠선 5개 호텔들의 준공식이 12월 20일과 21일에 각각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일 이깔(잎갈)호텔과 밀영호텔 준공식에 참석했다. 21일에는 소백수호텔·청봉호텔·봇나무호텔의 준공식이 개최됐다.

이 중 김 총비서가 딸 주애를 데리고 집중적으로 살펴본 '밀영호텔'의 로비 안내판에는 '불고기 식사실'과 함께 '기자 센터(press center)'가 명시돼 있었다. 북한 매체들은 자유로운 취재가 불가하고 당국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다는 점에서 밀영호텔에 마련된 프레스 룸은 외신의 취재를 염두에 둔 시설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최북단 지역으로 많은 눈이 내려 '북한판 알프스'로도 불리는 삼지연시는 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가(백두산 밀영)가 있는 곳이자,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 서사를 집약한 상징적 공간이다. 동시에 북한의 입장에선 백두산과 가장 가까운 대도시로, 백두산 관광의 관문이자 거점이 되는 곳이다.

북한은 지난 2018년부터 4년여간 3단계에 걸친 삼지연시의 현대화 사업을 진행했다. 대형 스키장을 만들고 호텔을 건설하면서 이곳을 '사계절 산악관광지'라고 선전해 왔다. 호텔·도로·스키 인프라를 묶어 '체류형 관광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 북한이 자랑하는 삼지연의 장점이다. 지난 7월 정식으로 개장한 북한 최대의 해안 리조트인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함께 북한이 관광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우리나라 북부 산간도시의 전형으로, 특색 있는 사계절 산악관광지로 자기의 매력적인 모습을 더욱 일신해가는 삼지연시에 현대적인 호텔들이 새로 일떠서 준공했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프레스 룸이 설치된 관광지 호텔 시찰에 외무상(외교장관)인 최선희가 동행한 것도 북한이 이곳을 '대외 개방용'으로 꾸렸음을 시사한다. 향후 정상회담 등을 위해 방북하는 외국 대표단이나 국제기구, 우호국 인사 초청 시 삼지연시에서 여러 행사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원산 갈마지구를 찾아 "이곳에 있는 주요 봉사기지들은 '국가의 중요한 대외사업과 정치문화 행사'들도 품위 있게 주최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에서 꾸려졌다"라며 이곳에서 향후 정상회담 등 외교 활동도 펼칠 것을 시사한 바 있는데, 삼지연시 역시 비슷한 수준의 행사를 치를 여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대형 스키장을 갖춘 삼지연시에 동계 스포츠대회를 유치할 가능성도 있다. 백두산 권역은 눈이 많이 내리고 겨울 내내 녹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에 스키 등 겨울철 종목에 적합한 자연조건을 갖췄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관광 재개와 함께 동계 스포츠대회, 친선 경기, 초청형 스포츠 행사 등 정치적 부담이 낮은 국제 이벤트부터 유치를 시도할 여지가 있다"라고 관측했다.

북한은 내년 초에 개최할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유망한 대규모 관광문화지구'를 전국 각지에 건설하는 중대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원산 갈마지구와 삼지연시를 대형 관광지로 꾸린 북한이 내년부터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방의 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