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TV에 '브루노 마스' 노래가 나온 이유…北의 딜레마 표면화

러시아팀, 지난 9일 '평양국제피겨스케이팅축전'에서 '브루노 마스' 노래로 공연

최근 조선중앙TV가 녹화중계한 '평양국제피겨스케이팅축전'에서 브루노 마스의 2011년 히트곡 'It Will Rain'에 맞춰 스케이팅을 하는 러시아팀의 공연이 약 7초 가량 방영됐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제 피겨 갈라쇼에서 미국 유명 가수 '브루노 마스'의 노래가 나왔다. 외부 문화 유입을 경계하는 북한이 외교를 확장하면서 딜레마를 마주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15일 지난 9일 저녁 진행된 '평양국제피겨스케이팅축전'에서 브루노 마스의 2011년 히트곡 'It Will Rain'에 맞춰 스케이팅하는 러시아팀의 공연 영상이 최근 조선중앙TV에 방영됐다고 보도했다.

마스의 노래는 7초가량 짧게 나왔지만 평양 한복판에서 미국 가수의 노래가 울리고, 관련 영상이 전국의 인민들이 보는 관영매체를 통해 방영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축전에는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의 피겨 선수들이 참가했다.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10일)을 계기로 북한에 초청된 외국 방문객과 외교관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도 축전을 관람했다.

NK뉴스는 마스의 노래 'It Will Rain'의 가사 중 '이별의 고통을 이겨내려면 모르핀 등 엄청난 양의 약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런 내용의 노래가 평양에서 울려 퍼진 것은 이채로운 광경이라고 짚었다.

NK뉴스는 그러면서 "북한의 검열관들은 당국이 '부르주아 제국주의 문화'의 위험성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영상을 TV로 방영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이 노래가 관영매체에 방송되었다는 사실은 러시아와 북한의 급속한 관계 개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어색한 상황을 보여 준다"며 "(북한) 당국은 외부와의 교류 시 자신들의 법률을 얼마나 엄격하게 시행해야 할지에 대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서방과의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외국 문화 유입에는 제한이 없는 나라다. 반면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소년교양보장법 등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외국 문물과 문화의 소비와 유통을 단속하고, 특히 젊은세대를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해 왔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