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中열병식서 다자외교 데뷔전…딸 주애 동반 의미는

열병식에 25개국 참석…중·러 외 정상들과 접촉 주목
북·중·러 정상회의 및 남북대화·접촉 가능성은 낮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중국 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전용열차로 출발해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을 계기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김 총비서는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첫 다자무대에 서는 그가 여러 정상과의 만남에서 어떤 외교를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현지시간으로 3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 전승절 행사가 시작된다. 지난 1일 오후 평양에서 전용열차 '태양호'를 타고 출발한 김 총비서는 전승절 행사 전날인 2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5시) 베이징에 도착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을 비롯해 딸 주애도 방중 일정에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6년 8개월만에 가장 중요한 혈맹인 중국 최고지도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주애를 동반한 점에서, 과거의 전례를 비춰볼 때 사실상 '후계자 신고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열병식에 北 포함 25개국…중·러 외에도 접촉 이어갈까

이날 열병식에는 북한을 포함해 25개 정상 혹은 지도자급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다. 주된 관심사는 김 총비서가 방중 기간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정상들과도 활발한 외교를 펼칠지 여부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2년 집권 이래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4개국을 방문해 모두 양자회담으로 외교를 이어 온 만큼, 이번 회담이 북한의 다자외교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우선 김 총비서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모양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2일 크렘린궁 보좌관을 인용,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가 3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타스 통신도 같은 날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이 열병식 후, 대화를 계속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김 총비서가 우호국인 베트남, 라오스, 벨라루스, 이란 등의 정상과도 약식회동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김 총비서가 여러 정상과의 만남을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할지, 또 중국과 러시아 간 회담은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갈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김 총비서가 다자외교 무대에 나오는 것 자체로 존재감 과시라는 효과가 있는데, 이 자리에서도 양자외교에서처럼 대등한 '담판형 리더' 이미지를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이 김 총비서의 방중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고립 국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세계 각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을 부각하려 이번 다자외교장을 폭넓게 활용할 여지도 있다.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를 하루 앞둔 2일 중국 베이징의 주택 및 상점가 출입구에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2025.9.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중·러와 결속이 최대 목적…북중러 3자 회담 및 남북대화 가능성은 낮아

다만 김 총비서의 이번 방중에는 북미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결속을 노리기 위한 의도가 깔린 만큼, 다른 국가 정상들과의 접촉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외교가에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간 3자 회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불량국가' 취급을 받는 북한과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해왔고, 신냉전 구도도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며 '북중러 3각 구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다자회의에 나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참가국과의 소통에 열려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지만, 남북대화가 오갈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그러나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단시일 내에 남북 교류가 이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가정보원도 "국가 정상급 경로와 순서를 보면 우 의장과 순서가 떨어져 있다"며 "완전히 조우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만남의 가능성은 낮다"라고 관측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