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안학섭씨, '북으로 가겠다' 의사 고수…내일 판문점행 시도

정부 파악 비전향장기수 총 6명, 모두 북한 송환 촉구
고령에 북한의 무관심…현실적으로 송환 불가능에 가까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판문점을 방문해 남북 연락채널 등 현지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생존 비전향장기수 6명이 북한으로 가겠다며 정부에 관련 절차를 북한과 협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특히 43년간의 옥고를 치르며 비전향한 세계 최장기수로 불리는 안학섭 씨(95)는 오는 20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판문점에 직접 나갈 예정이다. 다만 북한이 우리 정부와의 대화에 응하지 않으며 안 씨가 북쪽 땅을 밟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19일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에 따르면 안 씨는 20일 오전 10시 임진각에서 출발해 통일대교를 건넌 뒤 판문점으로 향할 예정이다.

통일대교부터는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군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통과할 수 있고,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는 유엔사 승인을 거쳐야 진입할 수 있지만 안 씨 측은 정부가 대신 관련 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추진단은 20일 오전 11시 안 씨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갈 수 있도록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에 연락해 북한 측과 송환 날짜와 방식을 조율할 것 △군사분계선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남측 호송팀이 이를 보장할 것 △임진각에서 가까운 판문점 표지시점으로 북측 호송팀이 합류할 것을 북측에 요구할 것 △판문점 송환 시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할 것 △우리의 요구사항을 공식 발표할 것 등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북한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95).(양심수후원회 제공).
안학섭 씨 "군사분계선 넘겠다"…현장 충돌 불가피

추진단 관계자는 이날 "통일부가 실제 민간인 통제구역을 방문했다고 한다"라고 언급할 뿐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알리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 역시 "안 씨 측과 접촉하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라며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안 씨 측은 우리 정부나 북한의 입장 및 동향과는 관계없이 판문점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겠다는 입장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안학섭 선생의 의지가 워낙 강하셔서 퍼포먼스 형식이 아니라 진짜 북측으로 넘어갈 수 있을 때까지 버틸 것"이라며 "현장에서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라고 전했다. 20일 통일대교 앞에서 물리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안 씨는 6·25 전쟁 중이던 지난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는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같은 해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으나 안 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이후 남북 간 비전향장기수 송환 협의는 완전 중단됐다.

지난 2020년 8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비전향기수 송환 20주년 기념행사 준비 및 2차 송환촉구 기자회견'에서 송환희망자들이 꽃다발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희성, 양희철, 김영식, 양원진 씨. 2020.8.1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정부 파악 생존 비전향장기수는 6명…남북 접점 마련 가능할까

현재 정부가 파악한 생존 비전향장기수는 안 씨 외에도 양원진 씨(96), 박수분 씨(95), 김영식 씨(91), 양희철 씨(90), 이광근 씨(80) 등이 있다. 이들 역시 안 씨처럼 북한으로 송환되길 원하고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들의 요구에 대해 수용 혹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다. 정부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북한의 호응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진 못하지만, 이 사안을 계기로 남북 연락채널 복원 등 남북 간 접촉 여지가 생길 수 있어 버리지는 못한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북측의 무반응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확성기 철거와 대북 접촉 전면 허용 등 대화와 협력을 유도하는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아직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 씨 측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천명한 만큼 오히려 북한 측에서 개인의 국가 간 이동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추진단 관계자는 "북한도 '두 국가'를 말하고 있고, 남한도 흡수통일을 언급하지 않으며 '각자' 잘 살자고 했다"며 "그렇다면 그다음 실천적 단계는 국가보안법 철폐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상 북한은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앞선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은 '가족 만남을 위한 장기 방북' 등의 형태로 이뤄진 바 있다.

통일부는 비전향장기수 문제 등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안 씨 등의 송환 요청과 관련해 시간이 촉박하고, 관계 기관과 협력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면서도 "해당 문제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