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신념의 지역구' 통일부 정상화…지금은 남북 공존의 시대"(종합)
"통일부 명칭 변경 우선순위 아니다" 명칭 변경 논란 진화
"남북 연락채널 복구 및 조직 개편이 우선"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0년 만에 통일부로 돌아온 정동영 장관이 지금은 남북이 평화 속에서 공존해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축소된 통일부의 조직 개편을 통한 '정상화' 의지를 드러냈다.
정 장관은 25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44대 통일부 장관 취임식에서 "잘 아시다시피 저는 전주가 지역구인 국회의원이지만, 통일부는 제 신념의 지역구"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저를 다시 통일부 장관으로 보낸 것은 무너진 한반도 평화를 복원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특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서두를 뗐다.
정 장관은 "20년 전 통일부는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이라는 언덕 위에 서 있었지만, 오늘의 통일부는 완전히 무너진 남북관계라는 폐허 위에 서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내란을 통해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통일부 무력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부러뜨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정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무너진 남북이 급하게 대화를 추진하기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서 평화를 만들고 지켜온 민주 정부의 역사를 계승하겠다"며 "지금은 남북 공존의 시간이고, 이를 위해 남북 간 끊어진 연락채널을 신속히 복구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남과 북이 '평화 경제'를 통해 공동 성장의 길로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간 호혜적 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남북 간 경제 협력을 재개하고 한반도 인공지능(AI) 모델과 같은 첨단형 미래 협력 모델을 모색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조직이 축소·왜곡된 것이 문제라고 여러 번 언급하면서 조직 개편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교류협력국 없이 어떻게 평화 경제의 시대를 열 것이고, 남북회담본부 없이 어떻게 대화의 문을 열 수 있겠느냐"며 "통일부의 버팀목이자 건설자로서 더 큰 책임과 역량을 다할 수 있도록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정상화하고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취임식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감축 전 정원을 회복시켜달라는 요청을 이미 했다"라며 "축소된 통일부 정원을 되돌리는 것이 먼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정 장관은 "통일부는 평화를 재건하는 평화부,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부, 통합을 선도하는 통합부로 거듭날 것"이라며 "분단이라는 문제를 관리하는 게 아닌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하는 통일부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3년은 남북 간 최악의 시간으로, 적대와 대결로 서로를 맞받아쳤던 강 대 강의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선 대 선의 시간으로 바꿀 것을 북한에게 제안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12월 26일이 김소월 시인이 '진달래꽃'을 펴낸 지 100년이 되는 날을 기념해 남북이 공동행사를 열자고도 제안했다.
정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판문점을 찾기도 했다.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화를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 장관은 판문점에서 "남북대화 재개와 조속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단절된 남북 간 연락 채널 복원이 급선무"라며 "앞으로 유엔사 등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하에 판문점 공간을 단절과 긴장의 장소가 아니라 연결과 협력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판문점은 남북 간 대결과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다. 과거 군사적 충돌이 빚어졌던 장소임과 동시에 수많은 남북 회담이 열리면서 교류와 대화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1971년 남북 적십자 접촉을 시작으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 총 370여 차례 회담이 열렸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판문점 방문을 언급했다. 그는 "대답이 없는 남북 직통전화를, 전화기를 들고 벨을 길게 세 차례 눌렀다. 선이 끊어진 것인지 벨이 울려도 받지 않는 것인지, 전화는 먹통이었다"며 "판문점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는 다시 한번 무거운 마음으로 분단국가의 통일부 장관으로서 긴 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시작해야 할 역사적 소명을 마음속으로 되새겼다"라고 전했다.
한편 정 장관은 자신이 운을 띄웠던 이날 통일부 명칭 변경은 천천히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취임식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일부 명칭 변경과 관련한 질문에 "무엇이든지 우선순위가 있지만 (통일부 명칭 변경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전직 통일부 장관과 학자들이 명칭 변경에 반대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 등에서 통일부 명칭에서 '통일'을 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한반도부' 등을 대안으로 거론한 바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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