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 떨어 잘못했어요"…노동신문에 보도된 '공포의 반성문'
'법과 우리 생활' 수기로 '허위 보고' 실토한 간부 반성문 게재
'허풍방지법'까지 제정한 北, 전국에 '경고 메시지' 발신 효과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자신이 담당하는 농장의 성과를 허위 보고한 일꾼(간부)의 '반성문'을 보도하며 인민들의 경각심 제고에 나섰다. '허풍방지법'까지 제정해 간부들의 정확한 업무 보고를 강조하는 북한이, 가을철 추수가 본격화하면서 전국 각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신문은 이날 6면에 '법과 우리 생활'이라는 주제의 수기 연재물 형식으로 황영숙 고원군 덕지농장 경리가 쓴 '허풍은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글에 따르면 황 경리는 지난 10년 전 고원군 덕지리에 배치받아 일대 농경지들을 관리했다. 그가 맡은 첫 사업의 목표는 1정보(약 3000평)당 연에 20톤의 거름을 생산하는 것이었지만, 몇 년이 지나자 거름 생산량이 목표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는 이후 '농장의 명예'를 위해 작업반별 거름 생산량을 반올림하는 방식으로 전체 생산량을 조작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거름 생산량을 조작한 이후, 콩의 예상 수확량이 국가의 계획량보다 1톤 이상 차이 나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
그는 "당 조직의 엄정한 비판을 받고서야 나는 허풍의 수렁창에 깊숙이 발목을 잡힌 자기를 냉철하게 돌이켜봤다"라고 전했다.
황 경리는 자신의 행위가 경제·농업 부문의 허위보고와 과장 행위를 금지하는 '허풍방지법' 14조와 16조를 위반하는 행위였다고 돌아봤다. 14조는 농업지도기관, 농장 등에서 영농 준비 상태를 속이거나 과장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16조에서는 이들 집단이 농작물 예상 수확량을 실제보다 더 부풀려 판정하거나 보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는 글에서 "나의 허풍이 농장의 명예를 위해서였는가. 아니었다. 겉으로는 자기 단위의 명예를 내세웠지만 실상 이면에는 나라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든 자기 몸값만 올리려는 극단적 공명심이 깔려 있었다"며 자기 행동이 '표리부동'한 행위였다고 자책했다.
황 경리는 이어 "이런 허풍은 자기 양심을 속이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이 국가, 인민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행위라고 돌아봤다.
이후 그는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해치는 허풍행위와 단호히 결별했다"며 "상급기관에 보고한 실적자료들에 사심이 반영되지 않는가를 심각히 돌이켜보는 것이 이제는 굳어진 습관으로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명심과 이기심만을 추구하며, 책임 추궁을 면하기 위해 법을 어기고 허풍을 친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나아가서 손해를 보는 것은 국가와 인민"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충성과 헌신'을 개인의 양심 문제와 결부하며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간부들의 허위보고는 북한 내에서 국가 경제와 기강을 흔드는 고질적인 문제로 여러 차례 지적되면서 지난 2022년 5월엔 '허풍방지법'까지 채택하기도 했다.
'허풍방지법'은 국가 경제와 식량 생산량 등의 수치를 허위로 부풀려 보고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경제·계산 분야와 더불어 비상방역, 과학기술 인재 양성, 민방위 사업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허위 보고 '감시망'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중 제3장에는 영농 준비부터 수확량 예상과 농업 생산량 보고까지 농업 전 과정에 있어서 거짓말을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만연했던 생산량 허위 보고와 수확량 빼돌리기를 방지하기 위해 검증기관의 검증을 받은 계량 수단만을 사용하고, 계량 기구의 눈금이나 양을 고치는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간주한다.
북한은 법에서 '허풍'을 "공명심과 이기심, 책임 회피와 같은 낡은 사상에 젖어 자기 부문, 자기 단위 실태를 허위로 보고하는 '반국가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법을 위반할 시 자격정지, 자격강급 및 박탈, 몰수, 무보수노동, 노동교양, 해임, 철직 등의 강도 높은 처벌을 받게 된다.
북한 당국이 국가 경제 운영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허풍'을 금지하는 법까지 제정한 것은 그만큼 내부에서 실적을 부풀리는 '허위 보고'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고질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간부들의 허위 보고를 단순한 업무상 과오가 아닌 '반국가적 행위'로 규정하고 처벌 범위와 수위까지 높인 것은 정확한 생산 실태를 파악해 경제정책의 왜곡을 막고, 간부 사회의 기강을 다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제 본격적인 가을걷이(추수)와 낟알 털기가 진행되는 만큼, 농업 생산량을 둘러싼 허위·과장 보고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gerra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