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무거워진 한반도 이북…중러 향해 뻗은 새 다리의 함의
북러 자동차 다리 준공 이어 북중 '신압록강대교' 곧 개통
北, 중러에 '필요한 존재'로…제재 무력화·북중러 결속 상징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러시아, 중국을 각각 잇는 새 육로 다리를 동·서 국경에 잇따라 개통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북러, 북중의 밀착과 교류 활성화의 수단인 이 다리들은, 사실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관계 변화의 상징이라는 분석이 15일 나온다. 북한이 스스로의 몸값을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에 필요한 존재로 키운 증거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상대해야 할 북중러 3국 밀착의 무게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핵보유국'을 자처하며 핵무기를 증강하고 각종 신무기를 동원해 대남 위협을 강화한 북한과, 북한을 외교적으로 지지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를 복합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두만강을 가로질러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을 잇는 자동차 교량을 준공했다. 지난 7일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가 화상으로 준공식에 참석하며 양국 간 새로운 육상 교통로의 완성을 알렸다.
북러 사이에선 그동안 열차가 오가는 두만강 철교가 유일한 육상 연결로 역할을 해왔다. 한반도 최북단 동쪽, 동해와 맞닿은 국경에 건설된 이 철교는 1959년 건설된 오래된 다리로, 당시에도 북한과 러시아(소련)의 밀착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노후화한 철교가 교류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2024년 정상회담의 합의로 새 '자동차 다리'를 세우기로 했다. 이 다리는 철교 바로 옆에 건설됐는데, 오래된 철교가 가진 물동량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과 물리적 공간, 비용의 제약이 분명한 철도나 비행기 대신 화물 트럭이 수시로 이 다리를 오갈 수 있게 되면서 북러 간 인적·물적 교류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경제·문화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북러가 이제 동쪽 국경을 중심으로 한 '경제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한반도 최북단 서쪽, 서해와 맞닿은 압록강 하류에서는 중국과 북한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곧 개통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대북제재 심화로 정식 개통은 계속 미뤄져 왔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력 강화를 견제하고, 북한은 이에 대한 불만으로 중국과 거리를 두는 기간이 이어지며 10년 넘게 대교는 간신히 관리만 하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 다리의 개통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북한과 중국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그러다 올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년 만에 방북으로 북중이 완전히 관계를 복원하면서 정식 개통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북중 간 모든 '국경 통상구'의 전면 개방을 선언한 바 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 측 세관과 도로 건설이 빠르게 진행됐다. 미국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의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북측 세관 공사는 지난 7일쯤 완료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중국이 오는 10월 6일 북중 수교 77주년 기념일에 개통 행사를 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왕복 4차선으로 건설된 신압록강대교 역시 북중 교류·협력을 크게 확대하는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은 1911년에 신압록강대교보다 상류 쪽 신의주와 단둥 일대에 단선 철교를 건설했다. 그리고 양측은 1943년에 교류·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단선 철교 바로 옆에 복선 철교(북중 우의교)를 건설했다.
단선 철교는 한국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반파됐고, 이후 북중은 복선 철교의 선로 하나를 걷어내고 차로로 바꿔 단선 철로·차로가 합쳐진 특이한 형태의 다리로 교류를 이어 왔다. 김정은 총비서가 중국 방문 때 전용열차로 건너는 다리도 바로 이 우의교다.
그러나 단선 철로·차로라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늘어나는 물동량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성이 제기된 결과 지어진 것이 바로 압록강 하류의 신압록강대교다.
과거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관계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두 강대국의 정치·경제적 지원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를 확장하는 데 있어 필수적 존재가 됐다.
특히 러시아에 있어 북한은 각종 무기 지원과 파병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지원하는 군사적 협력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견제하는 전략적 완충지로서 기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와 위력 과시를 위한 군사 도발로 중국·러시아를 대신해 한미를 물리적으로 압박·억제하는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북한이 '두 국가 정책'을 선언한 뒤 남북 접경에 각종 물리적 '단절 조치'를 취하는 것과 대비되는 북중·북러의 국경 연결은 마치 한반도에서 한국이 고립되고 수세적 위치에 몰리는 듯한 구도로 비치기도 한다. 남북 관계 단절로 한국은 북한을 통과해 중국과 러시아,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는 육상 통로가 사실상 막힌 반면 북한은 서쪽으로 중국, 동쪽으로 러시아와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다.
동시에 두 다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체제가 사실상 완전 무력화되는 현실을 보여 주는 상징물로도 볼 수 있다. 과거 대북제재 결의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젠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확장하면서 사실상의 '대북제재 무용론'을 설파하는 행보가 심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제 한국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적대적' 북한만이 아니라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이제 '강해진' 북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정치·외교적 지지를 보내는 중국과 러시아도 전략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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