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은 관광, 신포는 경제, 청진은 군사…北의 동해안 개발 구상 청사진

원산갈마 중심 관광벨트 확대…신포는 민수·군수 복합도시로
신포·청진·라진 잇는 해군 거점 구축…러시아와 협력 가능성도 주목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동해안 주요 도시를 관광과 경제, 군사 기능에 따라 특화하는 대대적 개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강원도 원산은 대규모 해안관광지구를 앞세운 국제 관광 거점으로, 함경남도 신포는 수산업과 지방공업, 군수를 아우르는 복합 경제도시로, 함경북도의 청진은 신형 함정 건조를 담당하며 향후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이 가능한 군사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2일 분석된다. 사실상 동해안 주요 거점 도시가 모두 국가의 정책에 따라 특화한 발전 대상이 된 셈이다.

원산에 대규모 휴양지·국제회의장 건설…신포는 '민생·군수경제 동시 거점'

북한이 추진하는 동해안 개발 구상의 남쪽 중심 도시는 원산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고향으로 알려진 원산에는 북한이 장기간 공을 들여온 관광지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자리 잡고 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명사십리 해변을 따라 호텔과 숙박시설, 상업·편의시설, 해양체육시설 등을 조성한 북한 최대 규모의 해안 관광단지다. 북한은 원산갈마지구를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국제회의 등도 유치할 수 있는 북한의 '제2의 도시'로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총비서는 원산갈마지구를 여러 차례 현지지도하며 건설 상황을 직접 챙겼다.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 보도를 통해 북한이 원산갈마의 한 호텔에 '국제회의장'을 만든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관광을 통한 외화 확보뿐 아니라 원산을 '현대화한' 북한의 대외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원산 남쪽에는 과거 남북 관광 협력의 상징이었던 금강산관광지구가 있다. 북한은 금강산 내 시설 대부분을 철거하고 금강산 일대를 자체적인 방식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금강산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원산갈마에서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동해안 관광벨트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산에서 북쪽으로 올라가 함경남도로 접어들면 신포가 눈에 띈다. 신포는 그동안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동향이 집중적으로 포착돼 온 곳으로, 군사도시의 이미지가 부각돼 있다. 북한이 건조 중인 핵추진잠수함의 생산기지도 신포조선소로 파악되는 상황이며 신포와 마주 보는 마양도엔 대규모 해군기지가 오랜 기간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동향을 보면 신포의 현대화, 신포 개발은 키워드는 '군사'가 아니라 '민생경제 활성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신포시에 새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고 대규모 양식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지역을 지방경제 발전의 본보기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24년 11월 함경남도 신포시 풍어동지구에 위치한 바닷가 양식사업소 건설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 총비서는 지난 2024년 7월 신포시 풍어동지구를 찾아 양식사업소 건설 부지를 돌아보고 사상 처음으로 지방도시에서 지방경제 발전 관련 협의회를 열었다. '풍어동'은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북한은 이 일대를 수산업과 양식업을 결합한 새로운 경제지구로 조성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협의회 이후 양식사업소 건설 현장을 직접 시찰하면서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노동신문은 지난 1일 보도에서도 김 총비서의 신포 현지지도를 상기하며 김 총비서가 신포를 자립적으로 발전하는 '부자시'로 만들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양식업을 활성화해 주민 생활을 개선하고, 수산물 가공과 지방공업을 연계해 지역의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신포시에 새로 들어선 지방공업공장 준공 행사에는 김 총비서뿐 아니라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도 참석했다. 김 총비서 일가가 함께 지방공업공장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북한 당국이 신포 개발에 부여하는 상징성과 정책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12월 신포시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은 지난 2024년 수립한 '지방발전 10x20 정책'에 따라 여러 지방에 식료품·일용품·옷 공장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공장들을 건설하고 있다. 신포의 경우 풍부한 수산자원을 활용한 양식업까지 결합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한 경제모델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신포는 잠수함이라는 전략무기 건조를 담당하는 군수공업기지의 역할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서로 다른 기관에게 민수경제를(제1경제)와 군수경제(제2경제)를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신포는 북한의 제1·2경제를 동시에 담당하는 복합 경제도시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청진은 '대양 해군' 및 북러 군사 협력 거점으로 발전 가능성

신포에서 해안선을 따라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함경북도 청진이 나타난다. 이곳에도 북한에서 손꼽히는 규모인 청진조선소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청진조선소에서 신형 5000톤급(최형급) 2번 구축함인 '강건'함을 건조한 데 이어, 최근에는 1만톤급으로 추정되는 대형 함정의 건조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신형 구축함 건조와 동시에 기존의 소형 고속정과 연안 경비함 중심의 해군을 장거리 작전이 가능한 '대양 해군'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6월에 열린 5000톤급 구축함 1번함 '최현'호의 취역식에서 "우리 해군이 연안 방어의 무력으로 존재하던 시기는 과거가 됐다"라며 기존의 해군기지도 더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진은 이같은 최고지도자의 군사 정책을 이행하는 주요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포가 북한의 첫 핵추진잠수함 등 첨단 잠수함 전력 건설을 담당한다면, 청진은 구축함 등 대형 수상함 전력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청진 북쪽의 위치해 과거 북러 경제 협력에 기여했던 라진항까지 연결하면 북한 동해안 북부에 잠수함 건조와 수상함 건조, 함정 배치와 군수물자 수송을 아우르는 '해양 벨트'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청진과 라진은 러시아의 '동해 함대'의 모항인 블라디보스토크와 가까워, 앞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북러의 군사 협력이 태평양으로 확장할 경우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