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단체 "'북향민' 용어 사용은 인권 유린"…유엔에 진정서 제출
정부의 용어 변경 추진에…"탈북민 당사자 의견 수렴 부족"
통일부 "인권 침해 아니라는 게 인권위 결정 사안…정치화에 유감"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한 탈북민 단체가 최근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의 약칭인 '탈북민'을 '북향민'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반발하며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북한이탈주민 중앙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법적 용어를 '북향민'으로 강제화하는 것은 '인권 유린'이라며 유엔이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이탈주민'의 약칭인 탈북민을 대체하는 용어로 '북한을 고향으로 둔 사람'이라는 뜻의 '북향민'을 선정해 정부 행사 및 문서에서 사용하고 있다. '탈북민'이 부정적 어감을 지니고 있고 낙인효과가 있을 수 있어 포용적인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 차원의 '북향민' 용어 사용을 두고 북한이탈주민 사회의 의견은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있다. 앞서 한 탈북민은 통일부가 진행한 '북한이탈주민 명칭에 대한 인식 조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을 제출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북향민 용어 사용이 부처의 정책적 재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각하와 동시에 "'북향민' 명칭 변경에 당사자인 북한이탈주민과의 충분한 합의를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이탈주민 중앙회는 진정서에서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은 수많은 탈북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법적 명칭을 '북향민'으로 강제화했다"며 용어 도입 전 탈북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3.4%는 명칭 변경이 불필요하다고 답했고 대체용어를 묻는 조사에서도 1위는 '자유민'이 차지했다"며 "그럼에도 정동영 장관은 기어이 수많은 탈북민이 반대하는 '북향민'이란 명칭을 강요하고 나섰다"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지난 14일 정 장관이 '북한이탈주민의 날' 축사에서 '북향민'이라는 용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은) 비정상적인 집단을 탈출한 용기 있는 행위에 대한 명칭이며, 우리 탈북민들의 목숨 건 탈출에 대한 성공을 의미하기도 한다"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날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인권 유린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단체의 기자회견이 '정치적 행위'라며 '북향민' 용어 사용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북향민으로의 명칭 변경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각하한 사안"이라며 "이를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하며 진정을 제기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기존 '탈북민' 명칭은 부정적 어감과 낙인효과 때문에 오래전부터 변경 필요성이 제기돼 왔고, 정부도 북향민 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과 연구용역, 전문가 자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북향민'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향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우리 사회 통합 강화를 위한 명칭 변경의 취지를 왜곡하고 정치화하는 활동은 정착과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인식 개선과 통합 강화를 위해 '북향민' 용어 사용을 장려하고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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