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 시도 주민에 '시간제한 없는 강제노동' 부과…내부 규정 확인

통일연구원, '2018 비법 월경자 집결소 규정' 입수해 공개
"'수감 때 검신 철저히' 규정…알몸 수색·자궁검사 근거"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표지석. 2021.6.23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이 탈북한 뒤 중국 등에서 북송됐거나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 주민을 수감하는 '비법월경자 집결소'에서 수감자들에게 시간제한 없이 '필요한 노동'을 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은 이 조항이 사실상 강제노동을 부과하는 근거로 악용됐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북한이탈주민(탈북민·북향민)의 증언을 통해 집결소 내 인권 침해 실태가 알려졌지만, 수감과 관리·통제, 다른 기관으로의 인계 절차 등을 담은 내부 규정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27일 온라인 시리즈 '비법월경자 집결소 규정 분석과 향후 과제'에서 연구원이 최근 입수한 '2018년 비법월경자 집결소 규정'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실장은 규정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규정 제5조는 비법월경자의 거처가 해명(파악)되고 해당 지역 인민보안기관이 데리러 올 때까지 집결소에 두면서 그 기간에 '필요한 노동'을 시키도록 하고 있다.

그는 "집결소 관리들이 이 규정을 악용해 수감자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밝혔다. 실제 통일연구원의 기존 실태 조사에서는 2018년 7∼8월 함경북도 청진시 집결소에 수감됐던 북한이탈주민이 새벽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농사와 건설, 축사 일을 했다고 진술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 실장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동을 시킬 수 있다는 등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도록 집결소규정의 개정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규정 제10조는 '비법월경자'를 집결소에 수감할 때 검신(신체검사)을 철저히 하고 증거물과 소지품을 압수해 등록·보관하도록 했다. 이 실장은 "강제북송된 탈북 여성들에 대한 알몸 수색과 자궁검사 등의 인권침해는 이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규정상 여성에 대한 검신은 여성 보안원이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성 보안원이 없을 때에도 여성 종업원이나 다른 여성이 맡도록 했다. 북한 형사소송법 역시 여성의 몸을 수색할 때 여성을 입회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실장은 2017년 청진 집결소에서 남성 계호원이 여성 수감자의 자궁검사를 실시했다는 사례가 보고됐다며 "2018년 이후에도 유사 사례가 지속됐는지, 아니면 집결소 규정에 따라 실태가 변화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수감자들끼리 서로의 동향과 움직임을 감시하도록 한 조항도 확인됐다. 규율을 반복적으로 어기거나 도주를 시도한 사람은 다른 수감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집단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작업장에서는 매시간 인원수를 확인하고, 도주 위험이 없는 수감자들을 작업장 주변에 원형으로 세워 경비에 동원하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적용되진 않은 듯하지만, 강도 높은 통제 규정과 함께 인권유린을 금지하는 조항도 담겼다. 규정 제6조는 비법월경자를 취급·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권유린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명시했고, 제24조도 인권을 모욕하거나 유린하는 현상이 없도록 하도록 했다.

수감자가 방 안에 있을 때에는 팔과 다리를 펴거나 목과 허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고, 반장이나 조장이 다른 수감자를 때리거나 옷과 음식, 물건을 빼앗지 못하도록 통제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실장은 "집결소규정의 준수·이행 여부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는 유엔 인권 메커니즘 등을 활용해 조문의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이행을 촉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