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된 북한 정찰정보총국…"'두 국가론' 정책의 정보기구 버전"

통일연구원 '노동당 중앙군사위 제9기 제1차 확대회의 분석'
공세는 정찰정보총국, 방어는 국가정보국…정보기구 분업 재편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이 대남·해외 공작 기구인 '정찰정보총국'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은, 한국을 더 이상 '같은 민족'이 아니라 미국·일본과 같은 여러 적대국 중 하나로 다루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22일 나왔다.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9기 제1차 확대회의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지난 9일 개최한 이 회의에서 정찰정보총국의 임무를 확대하고 정보수집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노동신문은 당시 회의 관련 보도에서 "잠재적인 적수들의 위협을 관리하고 관건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데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정찰정보총국의 직능과 임무를 다각적으로 확대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중 '위협 관리'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히 첩보를 모으는 것을 넘어 조기경보와 위협평가, 공작·사이버 같은 능동적 대응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북한이 공식 보도에서 정보기관의 임무를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밝힌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정찰정보총국'이라는 이름은 지난해 9월 처음 확인된 기구다. 기존 '정찰총국'에 '정보'라는 두 글자가 더해진 것으로, 대남 공작 중심 기관에서 정보를 수집·분석·배포하는 종합 정보기관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의도라고 홍 선임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2023년 12월 한국을 같은 민족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 규정하는 '두 국가론'을 선포했고, 지난 2월 제9차 당 대회에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못 박으며 '두 국가론' 정책을 계속 심화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이제 동족 내부의 공작 대상이 아니라 여러 적대국 중 하나로 다뤄지게 됐다는 것이 홍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정보기관의 임무에서 '대남'이라는 특수 범주가 사라지게 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러시아 파병으로 북한이 사실상 유럽 전쟁의 당사자가 되면서,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에 대한 정보 수요가 실제로 생겨난 현실도 반영됐다고 홍 선임연구위원은 짚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정찰정보총국의 확대 방향을 △정찰위성·무인기·신호정보를 결합한 군사정찰 △해외 파견 인력을 활용해 유럽·동남아로 넓히는 해외 정보망 △정보수집·외화벌이·기술절취를 함께 수행하는 사이버 영역 △최고지도부에 직접 보고하는 정세평가 기능 등 네 가지로 제시했다.

또 지난해 9월 정찰총국의 '정찰정보총국' 개편과 올 3월 국가보위성의 '국가정보국' 개편이 6개월 사이에 나란히 이뤄진 점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홍 선임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국가정보국이 방첩과 주민 통제 등 방어적 정보를, 정찰정보총국이 군사정찰·공작·사이버·해외정보 등 공세적 정보를 나눠 맡는 구조로 정보기관의 역할이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 홍 선임연구위원의 예상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두 기관의 역할 분담이 사이버 작전과 해외 정보망, 정세보고 등 실제 활동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주요 관찰 지점"이라고 전망했다.

정찰정보총국의 전신인 정찰총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을 기획·실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국방망 해킹과 2017년 김정남 암살,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유포 등도 정찰총국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산하에 '라자루스' '킴수키' '안다리엘' 등 해킹 조직을 두고 한국의 공공기관을 겨냥해 정보와 자산을 탈취해 왔다. 이번 사이버 기능 강화는 이런 활동을 한층 확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