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이후 최대 비리 적발'…北에 대규모 '사정 바람' 예고

군 총정치국 부국장 비리 적발 …"추종자들과 4년간 특대형 부정부패"
노동신문 "유일적 영군체계 방해"…비리 세력 '독소와 폐물'로 규정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0일 평양에서 당·정·군 연합회의를 열고,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측근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공개한 뒤 이들을 처벌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군 고위 간부들의 '조직적 비리'를 적발했다면서 고강도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비리 범죄자들을 '독소와 폐물'로 규정하며 이들을 엄벌에 처할 것임을 시사했는데, 일각에서는 김정은 당 총비서 집권 후 가장 큰 숙청 사건이었던 '장성택 사건'과 비슷한 대대적 사정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12일 예상하고 있다.

北 "박희철과 추종자들의 특대형 부정부패 발생"…고위직 조직범죄 적발 시사

북한 매체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 주동자는 박희철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다. 그는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군의 총정치국은 군에 대한 '당적 영도', 즉 정치사상을 책임지는 조직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이다. 여기에 북한에서 '조직 담당'은 간부들을 검열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조직부국장을 맡은 박희철이라는 인물은 상당한 권력을 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희철 사건은 지난 6월 20~22일에 진행된 당 전원회의에서 처음 알려졌다. 북한은 당 전원회의를 통해 부정부패 혐의로 그를 입건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처리 결과가 지난 11일 공개됐다.

신문은 전날 보도에서 "박희철과 그 추종자들의 특대형 부정부패행위"라고 표현하며 이번 사건이 박희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적 부정부패 범죄라고 규정했다. 신문에 따르면 박희철은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에 임명된 뒤 지난 4년간 '세도와 전횡'을 부리며 자신을 신격화('자기에 대한 환상을 조성했다'고 보도)해 많은 '불건전한 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

이를 통해 군대 내에 매관매직과 정치협잡 행위를 조장하고, 심복과 아첨꾼들을 주요 직제에 배치해 국가자금과 물자, 살림집을 빼돌려 방탕하게 탕진해 당의 '유일적 영군체계' 확립을 방해했다는 것이 신문이 밝힌 그의 범죄 내용이다.

北의 처벌 논리, 장성택 사건 때와 유사…대대적 사정 국면 예고

이같은 북한의 처벌 논리는 김정은 총비서의 본격 집권 2년 차인 2013년 12월에 발생한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및 그의 측근 세력에 대한 대대적 숙청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김 총비서는 자신의 이모인 김경희 전 경공업부장과 결혼한 외삼촌 장성택을 집권 2년여 만에 처형했다. 당시 북한이 밝힌 장성택의 혐의는 '반(反)당·반혁명·종파(宗派) 행위'였다. 당시 장성택의 비리 및 처벌과 관련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그는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陽奉陰違)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고 △당이 제시한 내각 중심제, 내각 책임제 원칙을 위반하면서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으며 △국가재정 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석탄 등 수출 자원으로 추정)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다시 말해 그가 '백두혈통 최고지도자'의 유일영도가 원칙인 북한 체제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 각종 비리를 저질렀으며 이는 수령을 우습게 보는 반역 행위와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실제 장성택의 처형 이후 북한은 당과 행정 조직에서 '장성택 라인'을 대거 숙청하는 고강도 조치를 취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인 바 있다.

박희철 사건에 대한 노동신문의 보도에서 그가 '당의 유일적 영군체계 확립'을 방해했다고 밝힌 대목과, 그가 자신을 신격화해 '추종자'를 만들어 비리를 저질렀다고 밝힌 대목은 박희철 역시 사형에 가까운 고강도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신문은 박희철과 그 추종자들이 '독소와 폐물'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나서 박희철 사건을 다루는 이례적 회의를 주재한 것도 앞으로 전개될 사정 정국의 강도를 예상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최고재판소의 판결과 동시에 김 총비서가 '당·정·군 연합회의'를 열어 "당이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쟁을 선포하고 투쟁의 강도를 부단히 높이는 때에 특대형 부패사건이 발생했다는데 문제의 엄중성이 있다"라고 지적하며 각급의 규율조사부문에 주의를 환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고위급 간부들의 부정부패 문제를 다루는 '당·정·군 연합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박희철에 대한 조사와 처벌의 세부 내용을 전국적으로 회람하고, 이 사건에 연루된 간부들을 추가적으로 적발하는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당 전원회의에서 김 총비서의 최측근이자 오랜 기간 당의 조직 문제를 맡았던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조직 담당에서 물러난지 3개월 만에 다시 당 조직비서와 조직지도부장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그가 관련 수사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박희철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은 사실상 공개적, 인민재판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장성택 축출과 유사한 방식으로, 체제 결속을 위한 공포정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장성택 사건 때 그의 속전속결 처형 사실을 공개하며 김 총비서가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어 박희철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끝내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희철이 이미 처형됐거나 향후 공개 처형될 가능성도 제기하고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