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前 외교차관 "북핵 문제, 이젠 '롱 게임'…북미 수교가 먼저 필요"
"韓,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北 맞이해야…준비돼 있나 의문"
한미관계 기회 요인은 '조선업'…위기 요인은 '전작권 전환'
- 임여익 기자
(서귀포=뉴스1) 임여익 기자 = 문재인 정부 때 외교부 1차관을 지내며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을 경험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북핵 대응법에 대해 "이제는 정말 '롱 게임'(long game·장기전)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 로드맵의 후(後) 단계에 있던 '북미 수교'를 선(先) 단계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 전 차관은 25일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제주포럼'을 계기로 뉴스1과 만나 '북핵 고도화에 따른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과거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동결에 따른 '상응 조치'로 수교를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북미 간 외교 관계 수립을 비핵화 단계의 '초기 조치'로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한 배경에 대해 "지난 30년간 한미에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자만심과 한국 정부의 비일관적인 대북 정책이 결합하면서 북한이 우리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 데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최 전 차관은 단절된 남북관계를 뚫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남북 간 의미 있는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어쩌면 민주 정부 4기 중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못 하는 정부가 될까 봐 걱정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북한을 맞이해야 할 때인데, 우리는 아직 그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최 전 차관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공고화하는 상황에 대해선 "옛날 방식으로는 북한과의 대화가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우리도 인지적·제도적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남북 관계를 부부 관계에 비유, "남녀가 결혼이라는 특수관계에 있다가 한 사람이 이혼을 선언하면 어쩔 수 없이 남남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당국 간 접촉이 불가능한 현 상황을 언급하며 "'동맥'이 끊겼으면 '정맥'끼리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권한을 확대하고 개별 국민이 북한을 방문(관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차관은 "이재명 정부는 앞으로 임기 4년이 남았으니까 학교로 치면 8학기가 남은 것"이라며 "남은 시간에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때 대북 정책에 몸담았던 인사들을 모아 일종의 '공개 연석회의'를 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에 간접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최 전 차관은 출범 1주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 성과에 대해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외교를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올해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 각국 정상들과 활발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전 차관은 "최근 전 세계가 붕괴된 다자주의를 회복하는 흐름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면서 "대통령이 적극적이고 자연스럽게 주요 정상들과 소통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들에게 안도감 내지는 자긍심을 준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한미관계의 기회 요인에 대해 "우선 조선업 분야에서는 미국 측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큰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다만 한미 간 조선 협력이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의제는 양국의 '샅바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 전 차관은 "미국은 한미동맹을 대(對)중국 견제용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반면 우리는 그러한 전략에 연루되지 않고 싶어 하기 때문에 양측 간 시각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감수해야 할 진통인 만큼 미국의 대중 '연루 위협'에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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