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핵 합의, 북핵 협상 '미리보기' 될까…북한은 더 까다롭다
이란의 핵개발 중단 혹은 동결 수준 따라 '단계적 보상' 방안 유력
트럼프 다음 목표는 북핵 협상?…전문가 "협상 시작도 쉽지 않다"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합의안에 3000억 달러(약 454조 6500억 원) 규모의 이란 재건 투자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이란이 핵 동결 조치에 나설 경우 이란에 대한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도 16일 제기되고 있다.
이런 구상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 동결을 위해 '경제적 보상'과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내건 것인데, 이란과의 협상이 마무리되면 북핵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같은 방식은 이미 트럼프 1기 때의 북핵 협상 방식으로,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겪었다. 이제 북한은 그때보다 훨씬 강력하게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과의 협상 모델이 북한에 적용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이라며 "그들은 강력한 감시 권한을 전제로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핵무기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는 "결국 이란의 행동에 달린 문제"라며 "이란이 해야 할 일을 하면 그때부터 (제재 완화가) 이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MOU 공식 서명 이후 핵 포기 절차 이행 등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면 이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완화해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15일(현지시간)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와 함께 '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 달러 대형 펀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펀드는 미국과 이란 간 △60일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 협상 추가 진행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된 이후, 민간 투자 방식으로 조성된다는 것이 FT 보도의 핵심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뢰 구축 차원에서 초기에는 소규모 금융 혜택을 우선 제공하고, 그 뒤에는 단계적으로 더 큰 규모의 자금 접근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이란이 신뢰 구축의 초기 단계에 있다"면서 "미국은 동결 자금과 제재를 풀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양국 간 협상의 핵심은 이란이 곧바로 핵 프로그램 해체 및 핵물질 폐기에 동의하는 대신, '단계적 이행 절차'에 돌입함으로써 미국이 그에 대한 투자와 재건, 제재 해제 등의 보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북한과의 협상에도 일관되게 관심을 보여온 만큼, 이같은 '거래주의적 접근법'이 조만간 북핵 문제에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 계정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자신이 나란히 걷는 사진을 게재했다.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였던 지난 2018년 6월 12일 두 사람이 회담장인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이었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오는 19일 이란과의 종전 'MOU' 서명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협상 상대는 북한'이라는 메시지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미국은 북핵 문제를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 개발 및 투자 유치 등과 연계해 다루려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꾸준히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비롯한 북한 내 주요 관광지 및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오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비슷한 방식의 협상을 제안하며 김 총비서와의 만남을 타진하더라도 북한 측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비핵화'는 의제가 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핵보유국'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를 마쳤다.
김 총비서는 지난 2월 당 대회에서 "미국이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핵보유국)를 존중하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앞으로의 협상과 대화는 트럼프 1기 때와 '출발선'이 다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최근에는 제6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미일 간 확장억제대화(EDD)에서 비핵화가 언급되자 담화를 통해 "비핵화는 최종적으로 되돌릴 수 없이 종결된 사안"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여기에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핵보유를 묵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북한의 자신감이 더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를 대화 테이블에 앉히려면 지난 1기 시절보다 훨씬 '강력한 카드'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미 트럼프 1기 때 대북 제재 완화와 북한 관광 협력을 수단으로 북핵 협상을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그때보다 김정은의 자존심이 더 높아진 만큼, 미국이 북한에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주거나 그걸 뛰어넘는 엄청난 제재 완화 조치가 있지 않는 이상 북미 대화는 시작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you@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