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핵' 한마디도 없이 北 '핵보유국' 묵인…날개 단 북한

핵능력 고도화한 北과 군대 교류 구상도 공개…북핵 '용인'
北, 중·러 우군 얻고 핵보유국 공고화 행보 지속 예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환영공연에 앞서 만나 인사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북으로 열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정상회담에서 '핵'이 사라졌다. 중국이 북한이 주장하는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하면서 북한의 입지를 강화해 준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이 9일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중국 관영매체들이 공개한 정상회담 결과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전략적 소통 강화와 정치·경제·군사 분야에서의 전방위적 협력 확대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7년 전 시 주석의 방북 때 관련 보도에 담겼던 한반도 비핵화나 핵 문제 관련 표현은 보이지 않았다.

7년 전과 달라진 시진핑…北은 中 면전에서 노골적 행보 강화

시 주석은 마지막 방북이었던 지난 2019년 6월 방북 때는 비핵화 문제의 중요성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당시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이뤄진 만남이었음에도 북한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시 주석은 당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당시 중국이 북미·남북미 대화를 통한 비핵화 협상을 지지할 때 사용하던 전형적 표현이었다.

그런데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앞두고 노동신문에 낸 기고문에서는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현재 행보에 북한과 중국이 합을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특히 시 주석은 북한과 군사 협력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최근 수년간 핵능력 고도화에 집중하는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 자체가 곧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북한도 시 주석의 방북 직전 핵보유국 입지 공고화를 위한 강경한 입장을 재차 표명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방북 하루 전인 7일 북한은 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을 앞세워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총비서는 시 주석의 방북이 이미 확정된 지난 3일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는 우라늄 농축 공장, 지난 6일엔 탄도미사일 발사체 생산 공장을 방문하며 은연중에 중국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공식 지지해 왔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도 동참하며 북한의 핵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중국의 우선순위는 비핵화에서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 유지'로 이동했다. 이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해 동북아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中 '북한과의 군사 교류' 의도적 노출…북러 밀착 견제 의도"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의 핵 능력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가 상당 수준 진전된 상황에서 비핵화 압박보다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역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현실적 선택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대만해협 문제와 미중 경쟁 심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군사적 존재감이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역시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외교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 측이 군사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은 기존의 한반도 외교 원칙인 '한반도 비핵화' 기조의 큰 변화를 암시한다"라고 봤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전날 보도에서 시 주석과 김 총비서가 외교·법 집행·군대 분야 교류를 확대하자고 밝혔다며 앞으로 북중 간 군사 협력 확대를 시사했다. 아울러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는 노광철 북한 국방상과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배석해 양측이 협력을 위한 실무적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군사 교류 언급이 북러 동맹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홍민 통일연구연 연구위원은 "'군대 간 교류'를 연합훈련 가능성으로 보는 것은 피상적이고, 속내는 북러 군사 밀착으로 북한의 핵·재래식 무기의 현대화가 가속되고, 복합전력의 진화가 빠른 상황에 대한 중국의 우려와 직결되는 조치로 볼 필요가 있다"라고 봤다.

홍 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과의 군사 분야 인적 교류·정보 소통을 통해 북한 군부 내의 기술 변화와 러시아 기술의 이전 실태를 직접 파악하고, 군부 내 친러·친중 인적 네트워크 동향을 모니터링하려는 정보 수집 목적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