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주애 만나면 '후계자' 등극?…中의 '4대 세습 인정' 관전포인트

시진핑, 방북 일정서 주애와 마주치는 장면 연출될지 주목
中, 부담 느껴 만남 피하려 할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2025.09.03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년 만의 방북 일정 중 주목해야 할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시 주석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를 만날지 여부다. 북한이 과거 '후계자'를 중국에 인사시키면서 후계 구도를 확립해 왔다는 점에서, 시 주석이 주애를 만날 경우 주애의 '후계자설'에 또 한 번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일 시작하는 북중 정상회담의 주요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주애가 시 주석의 입국 행사나 연회 등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애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때다. 이후 주애의 공개활동은 2023년 10회, 2024년 12회, 지난해엔 15회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 1월 1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시작으로, 지난 4일 5000톤급 신형 구축함 '강건'호 항해 시험 참관까지 북한 매체를 기준으로 이미 16회의 공개활동을 진행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주애가 일부 시책에도 의견을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그가 후계자 내정 단계를 밟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주애의 이미지 변화도 눈에 띈다. 과거에는 '어린 딸'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엔 김 총비서와 같은 계열의 옷을 입거나 간부들과 비슷한 정장을 입고 등장해 '성숙한 백두혈통 후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가 지난 4일 신형 5000톤급 구축함 '강건'호에 승선한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일은 후계자 내정 9년 만에, 김정은은 2년 만에 中 방문

북한은 그간 후계자가 확정되면 적절한 시기에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만나 사실상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아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 내정 9년 만인 지난 1983년 당 비서 자격으로 방중해 덩샤오핑을 만났으며, 김 총비서는 후계자 내정 2년 만인 2011년 중국을 방문해 후계자로서 공식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주애가 지난해 9월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에 동행했을 때 파장이 일기도 했다. 주애가 시 주석을 만나 인사를 한다면 중국이 주애를 북한의 4대 세습 후계자로 공식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애는 베이징 도착 이후엔 어떤 공식 행사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비공개로 시 주석을 만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주애에 대한 중국의 평가 혹은 입장은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정상회담은 형식적으로 지난해 9월과 다르다는 점에서 주애가 시 주석과 만날 가능성도 조금 더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김 총비서가 중국이 주최하는 다자 외교 무대에 손님으로 참석했지만, 올해는 김 총비서의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양자회담 형식이라는 점에서 행사의 주도권이 북한 측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부인 리설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의 모습. ⓒ AFP=뉴스1
시진핑, '北 세습 인정' 비판 여론 의식해 만남 피할 수도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과 주애의 만남에 대한 중국 측의 '분명한 의견'이 북측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이 주애를 만나는 것이 중국이 북한의 4대 세습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이 제기되는 것을 우려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 '만남'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일탈'로 짧은 후계 교육을 거쳐 지도자가 된 김 총비서는, 아버지와 달리 후계자 시절 중국 최고지도자와 찍은 사진이 없다. 이를 의식한 김 총비서가 주애를 내세워 공고한 백두혈통 세습 체제를 부각하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유효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의 동행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펑 여사가 방북에 동행한다면, '가족 간 만남'이라는 형식을 통해 주애도 보다 부드러운 방식으로 시 주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외교 의전 차원에서 형식과 격을 맞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1박 2일로 짧아 여러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는 와중에 갑자기 시 주석이 주애를 만나면 자연스럽지 못한 장면으로 보일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