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모색이냐 북한 감싸기냐…2546일 만에 北 가는 시진핑 구상에 촉각

북미 대화 중재보다 북중 결속 강화 무게…"중국 영향력 과시 목적"
北, 경제 협력 확대·체제 안정 기대…김주애 등장 여부도 관심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큰 중국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할지, 북·중, 북·중·러 밀착을 강화하며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북한을 감싸 안을지 5일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이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초청에 따라 시 주석이 오는 8~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6월 20일 이후 7년여(2546일) 만에 이뤄지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오는 7월 11일 북중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2월 9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대외 강경 노선을 천명한 뒤 시 주석이 북한을 찾는다는 점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 "中, 대화 중재자보다 대북 영향력 과시할 것"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중국은 2019년에도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시 주석이 방북하는 등 주요 정주년을 활용해 대북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며 "이번 방문 역시 중국이 주도하는 방식의 북·중 협력을 재가동하려는 의미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심화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 중국의 상황이라는 평가도 있다. 향후 미국과의 담판이나 한국에 대한 영향력 제고 차원에서 북한을 자신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북·러 밀착의 핵심이었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국면이 일단락된 시점에 맞춰 북한과의 외교를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서운함'을 달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지난해 9월 김 총비서가 첫 다자외교 무대로 중국의 전승절(항일 무장 투쟁 승리) 80주년 행사를 택해 시 주석을 만났으나, 시 주석이 북한에게 '큰 선물'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것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아울러 시 주석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북한을 치켜세우는 효과를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김 총비서의 '새 우라늄 농축 시설' 시찰 보도 다음 날 북한과 중국의 동시 발표로 공개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이미 확정된 시점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새 핵시설'을 공개했다는 것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중국의 묵인이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미 대화 중재 가능성 작아"…주애와 시 주석 만남에도 주목

이런 맥락에서 당장 중국이 북·미, 남·북·미 대화의 중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작아진 상태다. 중국도 당장 북한이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화판을 깔진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북·미 대화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일정 부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지난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이 김 총비서를 베이징으로 초청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은 중재자의 역할보다는 미국을 상대로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다른 이익을 추구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 역시 중국과의 관계 복원이 중요하다. 지난 2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수립한 대대적인 경제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확대에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올해부터 전국 각지에 관광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대규모 관광객 유입이 필수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북은 김정은 체제의 위상 강화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김 총비서가 중국을 찾을 때 딸 주애를 동행하면서 주애의 '후계 구도'에 대해 북한이 중국 측에 일정한 설명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 일정 동안 주애가 환영 행사 등에 참석해 시 주석과 만나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이는 북한의 4대 세습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지지'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