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두 국가'+'정상국가화' 헌법 개정…김정은 권한 강화

영토조항 신설에 통일 정책 관련 표현 삭제…'두 국가' 고착화
국무위원장 권한 강화, 선대 업적 삭제하며 '정상국가화'도 강화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 최근 개정한 헌법에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통일 정책 관련 표현을 삭제하는 등 김정은 당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가져가겠다는 기조를 항구적 방식으로 명문화했다.

아울러 '사회주의 헌법'의 이름을 '헌법'으로 바꾸고, 선대 지도자들 관련 표현을 대거 삭제한 것은 물론 '국가수반'인 국무위원장(김정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도 반영됐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서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소위 '정상국가화' 차원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정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새로 개정된 북한 헌법을 보면 기존 북한의 헌법의 서문·본문에 명시됐던 '북반부', '조국통일',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 등 남북을 동족으로 보는 관점에 따른 표현과 통일 정책 관련 개념이 모두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1948년 제정된 북한의 헌법에 처음으로 등장한 영토조항은 제2조로 새로 반영됐다. 기존 2조에 북한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반대하며 조국의 광복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영광스러운 혁명투쟁에서 이룩한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은 혁명적인 국가이다'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명시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이 2조가 삭제되고 영토조항으로 대체된 것이다.

새 영토조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영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됐다. 다만 북한은 영토·영해·영공의 구체적인 범위는 헌법에 명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북한은 기존 헌법 제9조에 명시돼 있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삭제하는 등 기존의 통일 정책을 완전히 폐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두 국가' 선언 전 이행했던 과거의 남북정책의 핵심 축 중 하나인 '통일전선전술'도 폐기한 듯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전시 평정', '제1적대국 교양' 등 대남사업과 관련한 문구가 사라진 것이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두 국가' 정책을 처음 언급한 뒤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하라"라며 영토·영해·영공 관련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사회주의 헌법'→'공화국 헌법'…선대는 지우고 김정은은 띄우고

이정철 교수는 "개정된 헌법의 첫인상은 북한이 '정상국가화'를 위한 디자인을 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헌법의 공식 이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바꿨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헌법은 '국가성'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념적 표현을 빼고 다른 나라들의 헌법과 유사한 구조로 바꾸는 것이 개정의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기존 헌법 조항에 명시돼 있던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대거 삭제됐다.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 경제노선'도 '자립적 민족 경제노선'으로 변경되고, '사회주의 법무 생활', '사회주의 법무 제도' 등의 표현들도 '법무 생활', '법무 제도' 등으로 수정됐다.

이 교수는 "사회주의국가라는 표현이 서문에서 삭제되면서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일반적 헌법의 형태를 띄기 위해 이런 변화를 꾀한 것 같다"며 "동시에 경제적 조치에서 보면 국가의 지원에 따른 경제라는 사회주의적 요소 대신 시장 원리가 확산한 현실을 헌법에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헌법에 있던 '제국주의 침략자들',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되여', '내외 적대분자들의 파괴 책동' 등과 같은 전투적 표현들도 사라진 것도 이 교수는 '정상국가화'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봤다.

개정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에 대한 권한과 위상이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겸직하는 국무위원장을 '최고령도자(최고영도자)'에서 '국가 수반'으로 정의하며 국가적 대표성을 부여했다.

헌법상 국가 기관의 배열 순서도 국무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배치하는 변화를 줬다. 최고인민회의의 권한과 기능 중 '국무위원장을 소환(해임)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삭제하며 국무위원장의 권한에 대한 통제 기능을 줄였다. 그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았던 외국 대사에 대한 신임장 접수권도 국무위원장의 권한으로 이관됐다.

특히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사용의 모든 권한을 가졌으며, 경우에 따라 핵무력지휘기구에 이 권한을 위임할 수 있게 했다. 국무위원장의 핵사용 권한이 헌법에 명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헌법의 서문에 길게 나열돼 있던 선대 지도자의 업적 전체가 삭제됐다. 이는 지난 2~3년 사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등의 표현 사용을 자제한 것과도 맞닿은 흐름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정은주의' 등 김 총비서의 고유의 통치이념이 확립된 데 따른 것으로도 분석된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