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폭 못한 이들도 당의 전사"…北 포로 '마음 흔들기' 나섰나
파병군 행사에서 '자폭 용사' 영웅화하면서도 부상병 '위로'
"죽지 못해 역적" 언급한 우크라 체류 北 포로 '심리적 동요' 유발 가능성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이자 '격전지'였던 쿠르스크에서의 전투 중 부상을 당한 뒤 '자폭·자결'을 하지 못한 병사들까지 '충직한 전사'로 규정하는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각에선 전투 중 부상을 당해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두 명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해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들이 최근 한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폭'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들의 한국행을 막기 위한 '마음 흔들기'에 나섰을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28일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쿠르스크 해방 작전' 종결 1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열린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 연설에서 자폭·자결과 관련한 언급을 내놨다.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수류탄이나 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영상이 우크라 측에 의해 공개된 적은 있지만,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비서는 "위대한 명예를 지키고자 자폭·자결의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한 이들은 영웅"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생존보다 죽음을 선택한 것을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연결하며 정당화하는 논리를 구축한 것이다. 특히 이는 북한이 파병군들에게 '유사시 자폭할 것'을 사전에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기도 하다.
김 총비서는 또 "최후의 시각은 불과 몇 분, 몇 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로 그 짧은 순간에 당과 조국에 바치는 티 없는 충심과 참된 복무의 좌우명이 뚜렷이 조명됐다"라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보수를 바라지 않는 헌신, 이것이 우리 군대의 충실성의 높이에 대한 정의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외신 보도 등을 통해서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 장교들이 병사들에게 '포로가 될 바에는 자결하라'는 취지의 구두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신 무장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바 있다.
다만 김 총비서는 "이들뿐 아니라 돌격전의 앞장에서 내달리다 쓰러진 이들, 총포탄에 육체가 찢긴 고통보다 명령받은 군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좌절감에 몸부림친 이들도 당의 충직한 전사들, 애국자들이라고밖에 달리 부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투 중에 부상을 당해 귀국한 이들도 '당의 전사'라며 이들의 공로를 챙기고 추켜세운 것이다.
이는 유사시 '자결'을 강요받은 부상병들이나 그들의 가족이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거나 당국으로부터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달래며 군심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전체 귀국 장병들의 사기 진작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발언은 부상을 당했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이를 자책하며 한국행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군 포로 두 명은 지난 2024년 10월 파병 후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됐다가, 2025년 1월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생포 직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들의 존재를 알리며 화제가 됐다.
이후 지난해 3월 포로들 중 한 명이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먼저 밝혔고, 나머지 한 명도 고심 끝에 지난해 10월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이 모두 한국행을 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지난 1월 방송된 MBC 'PD수첩'에 출연한 이들은 "다른 사람은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다 자폭했는데, 나는 수류탄이 떨어져 자폭을 못 했다. 살아 있는 게 불편하다"라거나 "포로가 되면 역적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북한에 돌아가면 가족, 친척, 친구 등이 다 멸족당한다"라며 한국행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당할 수 있는 처벌 때문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죽지 못한 부상병도 당의 전사고 애국자다'라는 김 총비서의 발언은, 이들이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귀국'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같은 최고지도자의 '메시지'가 러시아를 통해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과거에도 탈북 후 재입북하거나, 탈북 과정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체포돼 강제 북송된 이들을 공개석상에 내세워 '이들이 반성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을 배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표출한 적이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포로들에게도 '반성하면 돌아와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심리적 동요를 유발하려 할 수도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붙잡은 포로는 원칙적으로 '러시아에 붙잡힌 우크라이나 포로의 귀환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입장에 따라 포로들의 한국 송환이 추진되던 상황이 급격하게 바뀔 수도 있다.
현재 북한군 포로들은 국제법상 전쟁 포로인 동시에 국내법상 한국 국민이라는 독특한 법적 지위에 놓여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의 송환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우크라이나 당국 간 '외교적 협상'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위해 다각도로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군을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보고, 당사자가 한국행을 요청할 경우 전원 수용한다는 원칙이다. 아울러 본인의 자유의사에 반한 러시아나 북한으로의 강제 송환은 수용할 수 없으며,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러한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도 이미 전달했으며, 향후에도 필요한 협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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