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전략적 무시'로 대하는 北, 한미와 다른 '이중 구조' 외교

한미에 대한 메시지는 김정은이, 대(對)일본 메시지는 김여정이
北, 日 '관리'는 하지만 큰 비중 두지 않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2023.9.13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육성 연설을 통해 고강도 비난 메시지를 내면서 일본에 대한 언급은 철저히 제한하는 '이중 구조'의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27일 나온다. 일본을 완전히 무시하진 않지만, 일본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스피커'를 확실하게 구분하면서다.

지난 3월 23일 열린 제15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재선출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과 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은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미국은 군사적 대치의 상대방으로 각각 규정하며 체제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김 총비서는 일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새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의 면면을 봐도 일본에 대한 북한의 관심도는 한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중국통인 김성남 위원장(노동당 국제비서)과 외국과의 경제 협력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경제 전문가인 김덕훈 부위원장(내각 제1부총리)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외교위원회에 일본 관련 업무를 전담해 온 위원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일본은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이 크다. 일본 외무성 동북아시아국에는 북한 문제 전담 직원만 약 15명 정도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거듭 규탄하면서도 김 총비서와의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북일관계가 일본의 일방적인 '짝사랑'처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완전히 침묵을 지킨 것은 아니었다. 김 총비서의 시정연설이 있었던 날, 그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약 2년 만에 일본을 겨냥한 성명을 내놨다. 김 부장은 북일 정상회담이 "일본이 원하거나 결정한다고 해서 실현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방적인 의제를 해결하려는 일본 총리와 만나거나 대면할 의사가 없다"라고 밝혔다.

김 부장이 언급한 '일방적인 의제'라는 것은 납북자 문제를 말한다.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납북자 문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북한은 이 문제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일본에 대해 메시지를 내는 방식이다. 한국·미국에 대해서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공개 연설을 해 비난을 가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김 총비서보다 급과 격이 낮은 김 부장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입장"이라는 단서를 달아 담화를 발표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분명한 차이를 두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2026.04.15 ⓒ 로이터=뉴스1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북일 간 유의미한 대화가 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와는 달리 일본의 여론은 북일 정상회담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일본에게 납북자 문제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다.

실제 북한과 일본이 납북자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한 것은 12년 전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때가 마지막이다. 실제 북일 소통을 통해 납북자 가족이 귀국한 사례는 두 차례의 북일 정상회담(2002년, 2004년)이 열렸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재임 때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선 김여정 부장의 담화가 나온 것 자체가 북한이 '대일 외교'에 관심을 표한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북일 간 직접 소통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미 대화가 선행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미 대화를 추동하기 위해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다자 외교를 가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뒤에야 북한과 각국의 양자 외교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