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조직지도부를 알아야 북한이 보인다[정창현의 북한읽기]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평양의 상징물인 주체사상탑 170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대동강 건너편으로 김일성광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광장 좌우의 건물에는 외무성, 교육성 등의 내각 부서가 자리 잡고 있다. 광장 북쪽 인민대학습당(중앙도서관)의 왼쪽으로 수풀이 우거진 낮은 언덕 너머에는 '인공기'가 게양되어 있는 하얀 대리석 건물이 보인다. 김정은 총비서의 집무실이 있는 조선노동당 본부청사다. 남쪽의 청와대(대통령실)에 해당하는 곳이다.
5년간 추진할 당과 국가의 정책기조를 결정하는 당 대회, 당면한 정책과제들을 논의 결정하기 위해 분기별로 개최되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일상적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바로 이곳에서 열린다.
북한은 조선노동당이 모든 국가기관과 단체를 영도하는 '당 우위의 국가체계'이다. 당의 결정이 곧 국가의 정책이 된다. 그런 만큼 조선노동당 본청에서 열리는 회의들에서 결정된 모든 사안들은 중앙당으로부터 기층 당조직인 초급당위원회까지 각급 당조직을 통해서 전달되고, 당 조직, 내각과 군대조직을 통해 집행된다.
당의 최고 집행부서는 비서국과 비서국 산하의 전문부서다. 비서국은 "당 내부사업에서 나서는 문제와 그밖의 실무적 문제들을 주로 토의결정하고 그 집행을 조직지도"(당 규약)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비서국은 조직, 선전, 군정, 규율, 국제, 경제 등을 담당하는 11명의 비서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노동당 비서국회의 또는 비서국확대회의는 우리의 대통령비서실 수석보좌관과 정책실장이 참석하는 회의와 기능이 유사하다.
비서국 산하에는 현재 업무별로 17개의 전문부서가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당 속의 당', '당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조직지도부가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1호청사'라고도 불리는 조선노동당 본부청사에는 총비서 집무실 외에 17개 전문부서들 중 유일하게 조직지도부가 자리 잡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전문부서들은 인근에 있는 '2호청사'에서 업무를 본다.
업무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조직지도부는 우리의 모든 대통령비서실 산하 수석비서관실에서 관장하는 일을 수행하며, 2호청사에 있는 다른 전문부서들이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에서 맡고 있는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총비서를 가장 근접해 보좌하는 당 중앙위원회 서기실의 경우 우리의 총무비서관과 의전비서관, 부속실장 등 대통령 비서실장 직속 기구들에서 하는 일을 일부 수행하지만 형식적으로 보면 서기실 간부들도 조직지도부 소속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서기실장은 우리의 대통령 의전비서관에 해당하는 업무를 주로 하며,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역할은 실질적으로 당 조직비서가 수행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총비서가 참여하는 모든 행사와 지방 현지지도에 조직비서가 수행하는 이유다.
당 조직지도부는 당 간부와 전체 당 조직을 관리하고 군과 내각, 기타 사회단체 등의 간부 선발과 임명을 총괄한다. 총비서의 눈과 귀, 발이 되는 조직지도부 자체가 우리의 대통령비서실에 해당한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체제의 운영과 정책 결정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직지도부를 알아야 한다.
과거 조선노동당의 역사를 살펴봐도 조직지도부를 관할하는 조직담당부위원장 또는 조직비서는 '당의 2인자'로 평가됐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3년 후계자로 내정된 후 조직비서에 임명된 뒤 2011년 사망할 때까지 후임 조직비서를 임명하지 않았다. 대신 본부당(중앙당), 전당(지방당과 국가기관), 행정(보안 및 사법)부문, 군사부문 등 4개 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별로 제1부부장을 두어 업무를 관장하도록 했다. 이러한 구조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집권 1기에도 유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2017년 10월 '빨치산 2세' 최룡해가 무려 44년 만에 당 부위원장(현재 비서로 개칭) 겸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됐다. 이 무렵부터 조직지도부의 조직 개편이 시작됐고, 2021년 8차 당 대회와 2026년 9차 당 대회를 통해 개편 내용이 공개됐다. 과거 김정일시대처럼 최고지도자가 당 조직비서와 조직부장을 겸직하는 것이 아니라 당 조직비서와 조직부장을 공식 임명하는 조건에서 조직비서가 후계자로 비춰지거나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조직지도부의 기능을 효율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개편 내용을 보면 우선 군사부문을 분리해 2019년 말 군정지도부를 독립부서로 설치했다. 군정지도부는 조선노동당 내 군사 업무를 담당했던 군사부를 확대·개편하고, 조직지도부 군사부문이 담당했던 군에 대한 당적 지도 및 감독 기능을 이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정지도부의 핵심부서는 총정치국지도과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국방성, 보위국, 제2경제위원회 등 군사계통의 당조직에 대한 정치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총정치국을 지도, 감독하는 부서다.
둘째로 2020년 8월에는 조직지도부의 행정부문이 분리되어 법무부가 신설됐다. 조직지도부 행정부문은 국가정보국(옛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검찰 등 공안과 사법기관을 지도하는 부서다. 조직지도부 행정부문은 2007년 장성택이 행정부를 신설하고 행정부장에 취임하면서 조직지도부에서 분리됐다가 2013년 장성택이 숙청된 뒤 다시 조직지도부에 흡수됐다. 분리작업이 시작됐을 때는 '조직행정부'라고 불리다가 법무부로 이름이 변경됐다고 한다.
법무부는 사법·검찰·안전·보위기관 등 '특수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것으로 보인다. 8차 당 대회에서 김 총비서는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고 당의 결정지시 집행을 태공하는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 현상을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으며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하여 단호히 쳐갈겨야 한다"라고 거친 언사를 사용하며 '특수기관'의 본위주의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셋째로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조직지도부의 검열과가 분화돼 당 중앙검사위원회가 강화되고, 당 규율조사부가 새로 설치됐다. 제8차 당 대회 기간에 개최된 8기 제1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당 중앙검사위원회 강화 배경에 대해 "당 안에 당규약과 당정책을 엄격히 이행하는 강한 규율을 세우고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현상을 뿌리 뽑자면 규율 감독체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 중앙검열위원회를 폐지해 당 중앙검사위원회에 흡수하고, 당 중앙검사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높여 "당 내 규율 강화를 위한 감독 조사사업을 전담"하도록 했다. 그리고 중앙검사위원회의 집행부로서로 규율조사부를 조직했다. 지방 당위원회에도 도·특별시당 산하에 규율조사부를, 시·군·구역당 산하에 규율조사과를 신설했다. 조직지도부의 검열과를 중심으로 간부과, 신소과 등에서 인력이 차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규율조사부 신설에 대해 노동신문(2021년 1월 10일)은 "당 중앙위원회로부터 도, 시, 군당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당 규율 문제를 전임하는 부서가 나오고 자기 활동을 시작하면 당 조직규율에 위배되거나 도전하고 규약과 직능을 위반하는 현상들과 혁명적 당풍을 흐리게 하는 온갖 현상들이 많이 억제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로 치자면 민정수석실의 민정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이 담당하는 업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1월 당 비서국 확대회의에서는 남포시 온천군당위원회의 해산을 결정했는데, 규율조사부가 군당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음주 접대, 인민 재산 침해 등)를 적발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특히 9차 당 대회에서는 규율조사부의 위상을 더 높여 규율담당 비서직을 신설하고 조직지도부 출신으로 추정되는 신영일을 비서 겸 규율조사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군사, 행정, 규율 분야의 권한을 상당부분 새로 신설된 조직에 넘겨주었지만 조직지도부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직지도부의 힘은 기본적으로 당원들에 대한 당생활 평가와 검열, 인사권에서 나온다. 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과, 검열과, 간부과가 이를 담당한다. 조선노동당 당원은 대략 400만 명(8차와 9차 당 대회 발표에 따르면 600만 명 내외) 내외로 추정된다. 북한 사람 6명 중 1명은 당원인 셈이다. 전체 당원은 조직지도부 당원등록과와 간부등록과에서 관리한다.
모든 당 간부들과 당원들은 직위여하에 관계없이 당생활 규범의 요구와 규율에 따라 생활하고 학습회, 당생활총화를 비롯한 정규생활에 참가해야 한다. 이를 지도하고 평가하는 부서가 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과다.
당생활지도과는 산하에 본부당부터 지방당, 최고인민회의와 내각 등 중앙기관, 총정치국 등 군사기관에 이르기까지 각 부문을 지도하는 13개 내외의 과로 세분화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선전선동부와 공동으로 간부와 당원들의 당생활 정형에 대한 '조직생활평정서'와 '사상생활평정서'를 작성한다. 평정서에는 출신성분, 당원들의 이력, 당생활과 학습 평가, 사생활 평가 등이 포함되어 인사의 기본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북한의 모든 지역과 단위의 당 조직들은 매일 퇴근 전에 자기 당원들과 주민들의 동향을 상급 당 조직을 통해 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과에 일상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조직지도부에는 통보과도 설치되어 있다. 당 조직들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와 관련한 모든 상황을 보고받는 부서다. 우리의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과 기능이 유사한 통보과는 각급 당위원회의 조직비서나 조직부장의 관여 없이 직접 보고를 받는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과의 일일보고체계와 통보과의 직보체계, 그리고 국가정보국과 사회안전성 등 보안기관의 동향보고체계 등 2중, 3중의 보고 라인을 통해 북한 전역의 실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제가 있다고 파악되면 조직지도부 검열과가 검열을 실시한다. 다른 당 부서나 내각 부서의 검열과 달리 조직지도부 검열과의 정기, 특별(수시) 검열은 대상과 범위에 제한이 없다. 사안에 따라 당 규율조사부나 사회안전성 등과 공동으로 검열하기도 한다.
또한 조직지도부 검열과는 총비서가 지방 현지지도를 갈 경우 사전에 해당 지역이나 기관, 공장들에 대한 사전 검열을 실시해 현지지도를 위한 기초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당원에 대한 당생활 평가와 검열은 인사(간부 사업)로 연결된다. 인사 업무는 조직지도부 간부과와 당 간부부에서 담당한다. 당 조직의 고위층 인사는 조직지도부 간부과가, 중하위층 인사는 당 간부부가 담당하는 이원 체계로 운영된다. 간부과는 중앙당 최고위급 간부 인사를 담당하는 조직1과부터 각 기관별 인사를 담당하는 10여 개의 과로 나눠져 있다. 물론 간부과 개별 간부들의 인사재량권은 제한되어 있다. 총비서 외에는 인사권을 남용할 수 없는 엄격한 질서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직지도부는 당생활, 검열, 인사 외에 총비서의 지시나 방침, 주요 당 회의의 결정사항을 도·시·군 당 위원회 조직부와 각 단위 당위원회의 조직부에 전달하고, 각 단위의 조직부는 이를 행정경제 부문 실무 간부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방침과 결정사항이 어떻게 집행되는지를 수시로 점검하며 집행 결과를 보고받는다. 이를 위해 당생활지도과 지도원, 지방지도과 지도원, 공장지도과 지도원들이 해당 지역이나 기관에 상주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로 각 도에 상주하는 책임지도원과 군대에 파견되어 있는 정치위원들을 들 수 있다. 조직지도부는 각 지역 도·시당위원회에 부부장 또는 과장급의 '책임지도원'을 파견해 각 도·시당 책임비서와 모든 사안을 협의토록 하고 있다. 또한 군대 내에도 군단-사단-연대 단위에 정치위원을 파견하고, 대대 단위에는 정치지도원을 상주시키다. 군단장이나 사단장이라도 정치위원과 협의, 동의 없이는 군을 움직일 수 없는 구조다. 조직지도부에서 파견된 정치위원들은 총정치국의 통제를 받지 않고 당 중앙위원회에 직보한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 군생활을 오래 한 북측 인사가 들려준 일화가 있다.
"하루는 사단장실에 들어갔는데,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사단장 의자에 앉아 있고 사단장은 서 있었다. 일어나라고 말을 하려니 사단장이 눈치를 주며 가만있으라고 했다. 젊은 간부가 나갈 때는 사단장이 거수경례까지 했다. 사단장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 나온 책임지도원이라고 했다."
실제로 북한 군사담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게 대장 칭호를 준 사례가 있을 정도로 조직지도부 간부들의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외부에서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조직지도부를 총괄하는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은 김재룡이다. 그는 조직지도부에서 근무하다 자강도와 평안북도당 조직비서를 거쳐 자강도당 책임비서까지 승진한 후 내각총리, 조직지도부장, 간부부장, 규율조사부장 등을 거쳤다. 지방당과 중앙당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각총리인 박태성도 김재룡과 비슷하게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평안남도당 책임비서를 거쳐 총리에 기용됐다.
이외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부위원장 김형식, 정경택 군정비서 겸 군정지도부장, 리희용 간부비서 겸 간부부장, 박광웅 당 법무부장, 당중앙검사위원회 위원 박광식과 최준호 등이 모두 조직지도부 출신들이다. 조직지도부에서 군사, 행정, 검열 부문이 독립부서로 분리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 조직지도부 출신들이 약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친정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고, 군대와 국가기구에 대한 당의 지도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또한 북한은 현재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인민복리'의 정치이념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당 조직과 당원들의 규율 강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업무에 특화되어 있는 조직지도부 출신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직지도부는 조선노동당, 더 나아가 북한 사회를 운영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위상에 비해 전체 규모나 역할, 사업방식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러나 조직지도부는 북한 체제와 정책 결정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조직지도부의 동향과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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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