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 '군사 기지화' 추진 동향…"남쪽 국경 관문, 대적 투쟁의 1선"
근로자 2025년 12월호에서 한국 '주적'으로 규정하며 개성 관련 언급
北, 2020년 연락사무소 폭파 후 '개성공단에 군대 진출' 선언하기도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개성 일대를 '남쪽 국경 관문', '대적 투쟁의 제1선 초소'라고 지칭한 공식 문건이 확인됐다. 향후 개성공단을 철거하고 이곳을 '군사기지화'하려는 구상을 수립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16일 제기된다.
뉴스1이 입수한 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근로자' 2025년 제12호(12월 발간)에는 개성시안전국 소속으로 추정되는 신원 미상의 인사(필명 강철)의 '투철한 주적관, 대적관념을 지닌 계급의 전위투사가 되자'라는 제목의 기고글이 실렸다.
필자는 "'개성시안전국'에서는 사회안전일꾼들과 사회안전군 군인들에게 남쪽 국경 관문, 대적 투쟁의 제1선 초소를 지켜섰다는 사명감을 깊이 새겨주기 위한 사상교양사업을 진공적(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며 "당의 군사 중시 사상과 노선을 깊이 심어주어 그들이 군사를 성실히 배우며 혁명의 총대를 억세게 틀어쥐고 언제나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를 견지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개성시안전국'의 정확한 역할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글에 언급된 '남쪽 국경 관문'이나 '1선 초소'는 전형적인 군사 용어로 북한이 개성 일대를 군사적 요충지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남북 두 국가' 정책에 따른 강화된 대적 투쟁 기조에 따라 개성의 '성격'이 남북 협력사업의 거점에서 군사적 거점으로 바뀐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필자는 "우리가 한미일을 주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세기를 이어오며 가장 적대적인 반공화국 책동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한국, 일본의 정권은 계속 바뀌었지만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적 야망과 반공화국 적대의식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조직들과 근로단체들은 반제반미교양, 계급교양을 강화해 모든 인민들과 군인들, 청소년들이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똑바로 알고 적들과 한 번은 맞서 싸워야 하며 싸우면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투철한 각오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라며 적개심을 높였다.
아울러 "적대세력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 공격으로부터 주권과 영토완정, 인민의 생명안전을 수호할 수 있게 항상 만단의 전투 동원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오늘의 정세는 전체 인민이 언제든지 적들과 맞서 싸울 수 있게, 싸우면 반드시 적들을 파멸시킬 수 있게 국가방위력 강화에 한사람 같이 떨쳐나 전투동원 준비를 만반으로 다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회안전군은 치안과 국경 경비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평시에는 사회안전성의 지휘를 받지만 유사시 김정은의 직접적 통제를 받는 국무위원회 직속 무력기구로 기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찰 수준을 뛰어넘어 보병 사단 수준의 중무장을 갖춘, 미국의 주 방위군인 '내셔널 가드'(National Guard)와 비슷한 치안군으로 분석된다.
서울과 개성의 직선거리는 약 50㎞에 불과해 북한의 장사정포와 방사포가 개성 인근에 배치될 경우, 수도권 전체가 즉각적인 타격권 내에 들어온다. 특히 개성에서 파주와 문산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경로는 대규모 기갑 부대와 병력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평탄한 지형을 갖추고 있어, 전쟁 발발 시 북한군의 주력 침투 경로로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고속도로로 평양까지 길이 이어지는 주요 거점으로 볼 수 있다.
또 지리적으로 개성은 내륙뿐만 아니라 임진강 하류, 서해와 밀접해 해상을 통한 우회 침투나 인천국제공항 등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복합적 요충지다.
개성시의 군사전략적 중요성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남북이 활발하게 '평화적 대화'를 할 때도 확인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개성이 서울과 너무 가깝고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을 들어, 경제 협력을 위해 개성의 군사 시설을 뒤로 물리고 그 자리에 공단을 세울 것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당시 북한 군부는 개성에서 군대를 물리는 것은 "남침 경로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김 위원장은 군부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성에 주둔하던 제6사단 등 최정예 부대를 후방으로 이전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개성 지역은 북측의 최전방 요충지로 군사전략적 차원에서는 결코 개방할 수 없는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은 개성공단의 조성과 함께 개성과 판문점 인근에 주둔하던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 등을 후방으로 재배치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가동이 정상적이지 못할 때마다 북한은 '개성의 군사기지화'를 무기 삼아 협상력을 높이거나 일방적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북한 군부 내에서 개성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대한 정부의 반발 등으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던 지난 2013년 4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공단이 폐쇄될 경우 "우리는 그동안 내주었던 개성공업지구의 넓은 지역을 군사지역으로 다시 차지하고 남진의 진격로가 활짝 열려 조국통일 대전에 더 유리하게 될 것"이라며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지난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 북한군 총참모부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와 화력부대를 전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총참모부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비무장지대에 군대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민경초소(GP)를 재진출시켜 전선 경계 근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youm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