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법절차 단축·경찰제 신설…'권리 개선' 내세운 통제 재편
통일연구원 “절차 단축은 긍정적…수사권 집중·정보기능 강화는 우려”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예심제도를 폐지하고, 경찰제도 신설을 추진하는 등 사법·치안 체계 전반을 재편하는 것에 대해 "제도 개선과 통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이라는 평가가 5일 나왔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법·치안 체계 개편 의지를 직접 밝힌 직후 관련 제도 변화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 '사법 및 국가보위·사회안전 제도 변화와 북한인권'은 "예심제도 폐지로 형사소송절차가 수사→기소→재판의 3단계로 단축됐다"며 "구속기간 및 기소기간 단축 조치는 규범적으로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북한 형사소송법은 2021년 이후 2022년, 2023년 두 차례 개정을 거치며 절차 간소화와 권리 보장 강화 방향으로 손질됐다. 가장 큰 변화는 70년 넘게 유지돼 온 예심제도를 폐지하고, 수사와 예심을 통합한 점이다. 이에 따라 형사절차는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됐다.
구속기간은 기존 2개월 이내에서 1개월로 단축됐고, 기소 기간도 노동교화형·사형 사건 기준 최대 20일에서 5일 이내로 줄었다. 피심자 심문도 원칙적으로 20시까지로 제한되고, 변호인 선정 통보는 3일에서 24시간으로 단축되는 등 방어권 보장 규정도 강화됐다. 보고서는 "변호인은 변호활동을 독자적으로 진행한다"는 조항과 "사법기관이 이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 신설도 주목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보고서는 "예심제도 폐지로 인한 수사원의 권한 강화가 미칠 부작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원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됨으로써 강압에 의한 자백 등 인권 침해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법제도 개편과 동시에 치안·정보기관 재편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북한은 국가보위성을 '국가정보국'으로 개칭한 것으로 추정되며,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경찰제도 신설 방침을 공식화했다. 보고서는 "법기관들 사이의 역할을 구분하고 연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면서도, 향후 관련 법 개정과 조직 재편이 뒤따를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제도 신설은 치안 기능을 보다 전문화·세분화하려는 취지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기존 사회안전성 기능 일부를 이관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치안 외 기능은 축소되거나 다른 기관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권 측면에서는 오히려 통제 강화 우려가 더 크게 제기된다. 보고서는 "국가정보국으로의 개칭은 정보 수집 강화 과정에서 사생활 보호권 침해가 악화될 개연성이 있다"고 했고, 경찰제도에 대해서도 "목적이 '국가의 내부안전과 사회적안정 보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주민 보호보다 체제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변호인 제도 역시 한계가 지적된다. 보고서는 변호인의 독자적 활동을 보장하는 규정이 신설됐지만, 동시에 "국가의 요구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는 조항이 추가된 점을 언급하며 "현실에서 두 규정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결국 이번 제도 변화는 형식적으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을 취하면서도, 실제 운영에서는 당 통제 구조 속에서 체제 안정과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성격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규범적 측면과 실태를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제도 변화가 실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별도의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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