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차가운 평화' 전략 제시…남북 협력 때 민족·통일 표현 바꿔야"
전문가, 北 '두 국가'에 대응해 韓 대북정책 변화 필요성 제기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면서도 관련 개헌 사실을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른바 '차가운 평화' 전략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4일 제기됐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새로운 대외 전략에 대응해 남북 협력 구상을 본격 추진할 때 '민족'과 '통일' 관련 표현을 우회적으로 바꿔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규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분석: 김정은 3기 대외전략 노선과 우리의 대응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시정연설을 통해 지난 5년 간의 '자력갱생'(경제)과 '핵무력 강화'(국방) 정책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과감없이 표출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서는 비핵화 목표 포기와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두 가지 조건 충족 없이는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없다는 뜻과, 한국을 향해서는 대화 재개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못박았다.
다만, 김 총비서가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이 법령 또는 헌법에 반영됐음을 시사하면서도 개헌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한국과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고, 혹시 모를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의도라고 김 연구위원은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단기적인 차원의 협력 의지는 없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필요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며, 이를 '차가운 평화'라는 말로 정의했다.
또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대남 전략을 총괄했던 장금철이 외무성 제1부상을 맡고 있다는 동향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이 '두 국가론'에 따라 대남 정책을 외교 영역의 일부로 흡수시키면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총비서가 연설에서 "높아진 국격에 맞는 외교 전술과 대외활동 방식"을 강조한 것 역시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고립을 추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외 전략 변화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최소한의 공통 분모를 찾아나가기 위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북한이 가장 강하게 거부하는 '민족'과 '통일' 담론을 중의적 표현으로 재포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남북관계를 민족 관계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로 재정립하는 문제는 정치적, 사회적 부담이 큰 사안"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를 회피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관련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형식의 수정이 내용의 진전을 가능케 하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러한 조정은 원칙의 훼손이 아니라 긴장 관리 차원의 선택임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이 일정하게 호응하고 상호 간 묵계(암묵적 약속)가 형성된다면, 현재의 '차가운 평화'도 언젠가 해빙의 계기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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