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로 4월 '대북 외교' 무산 기류…트럼프의 '대화 의지' 허상이었나

트럼프, 방중 2주 앞두고 돌연 "한 달 연기하자"…중동사태에 신경 집중
'북미 대화'가 최우선순위 아닌 트럼프…"정부가 너무 낙관"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약 2주 뒤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사태를 이유로 방중 일정을 연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 정부가 기대해 온 '북미 대화 재개 시나리오'에도 17일 차질이 생기는 양상이다.

만일 미중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대로 한 달 뒤에 열리더라도, 현재 그의 온 관심이 중동사태에만 쏠려있다는 점이 확인된 상황에서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美, 중동사태 대응 쉽지 않나…"대중 협상력 높이기" 분석도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중 정상회담 관련 질문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지만 대(對)이란 군사작전으로 인해 지금은 미국에 있어야 한다"며 "한 달 정도 (정상회담의) 연기를 중국 측에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 혹은 추후 회담 날짜가 정해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관세부터 대만 문제까지 양측 간 여러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고, 이란이 미국이 가장 우려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략을 펼치면서 전황이 악화·장기화하자 워싱턴을 비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중국의 파병을 압박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을 도와야 한다. 중국의 결정을 정상회담 이전에 알고 싶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5월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첫 정상회담인 '싱가포르 회담'을 2주 앞두고 이를 전격 취소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기도 했다.

정부의 '4월 대북 구상'은 차질 불가피…더 멀어지는 北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이 무엇이든, 이번 연기 요청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북미 대화를 최우선순위로 삼고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4월 북미 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우리 정부의 구상은 한층 동력을 잃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방한하면서 김 총비서와의 만남을 희망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응답이 없자 "내년 4월에 돌아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정부는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높은 대북 대화 의지'로 판단하고 '4월 정세 분기점' 마련에 나름의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만남을 희망하면 중국이 이를 도울 수 있는 상황을 만다는 것이 정부가 상정한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최근 북한과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여객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화 의지'를 소개하며 이같은 구상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앞서 김민석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20여분 간 북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미국 또는 나와의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어보는 등 여전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총리는 "북한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원할지, 그리고 관계 진전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몇 가지 말씀을 드렸다"면서, 이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응하며 옆에 있던 참모에게 모종의 지시를 했다고도 덧붙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에 고무된 듯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북미 대화에 높은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이라며 "북한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라고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상황은 쉽지 않게 된 듯하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4월 북미 대화에 대한 낙관론을 펼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가 북미 대화에 있지는 않다. 예정돼 있던 미중 정상회담도 미룰 만큼 그에게는 이란 사태 해결이 더 시급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우리 정부가 전부 반응을 보이면 다소 조급해 보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북미, 남북 대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