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 규약서 '통일' 빼고 '적' 부각하나···9차 당대회 '김정은 입' 주목

대미 사안 '전략적 모호성' 유지 가능성…정세 판단 신중할 듯
추후 김정은 '주석' 추대 관측도 제기…'체어멘'→'프레지던트'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최상위 의사결정 기구인 노동당 제9차 대회를 2월 하순에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향후 5년의 국정 운영 방향이 이번 대회를 통해 공개되는 만큼, 김정은 당 총비서가 대외 노선을 구체적으로 공개할지 주목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 주재로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7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당 대회 준비위원회의 해당 분과들이 당 대회 준비사업을 각방으로 실속있게 추진해 온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당대회의 성과적 보장을 위한 원칙적 문제들과 세부적인 과업들을 주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시 내용과 당 대회 개최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향후 5년간의 국정 운영 방향을 잡는 당 대회는 북한의 중기 노선과 정책을 확정하는 중요한 행사다. 이번 대회는 김 총비서가 2011년 집권 후 다시 당 중심의 국가 운영을 복원하면서 열리는 3번째 당 대회로, 앞서 북한은 2021년에는 8차 당 대회를 열고 당 대회 개최 주기를 '5년에 한 번'으로 확정했다.

대회에서는 특히 지난 2023년 말 남한과의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포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 발표 여부가 관전 요소 중 하나다. '두 국가'의 공고화를 위해 당 규약에 있는 '통일' 관련 문구가 수정되거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대미 메시지는 현재 불안정한 정세를 반영해 신중한 언사를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 주재로 지난 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7차 정치국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통일'·'민족' 사라지고 '국경선' 재선포할까…대미 메시지는 자제 전망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이러한 당 정책 기조를 반영한 헌법 개정 등을 예고했지만 이를 공식화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두 국가' 공고화를 위한 새로운 조치를 추가로 발표한 뒤, 이를 헌법에 반영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노동당 규약의 서문에는 "조국의 통일 발전", "민족대단결의 기치", "조국의 평화통일" 등의 문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로 파악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북한이 '통일' 등 기존의 남북관계와 관련된 개념을 당 규약에서 완전히 삭제할 수도 있다. 또 '국가 대 국가'의 관계 설정을 더 강화하기 위해 자의적인 '국경선' 등을 선포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공개 행보에서 김 총비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선 대화 요구에 불응하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반면, 한국을 향해서는 대화 상대가 아님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9월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미국에 "비핵화의 집념을 털어버리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조건형 대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한국에는 이재명 정부도 여전히 "상대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적대적 두 국가'를 배경으로 한미 '침략전쟁 연습', 한국 정부의 '반북 노선' 등을 열거했다.

또 지난해 10월 하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며 김 총비서에게 회동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보였으나,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기도 했다.

이번 당 대회에서도 북한은 미국에 대한 메시지는 최대한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와의 밀착이 '외교 1순위'인 데다가, 미국이 북한이 대화로 나설 만한 '구체적 조치'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제재위원회는 미국의 반대로 보류됐던 대북 인도적 사업에 대해 면제를 결정했지만,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본질적인 요구 사안과 거리가 있어 호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미국이 최근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한국이 '대북 억제'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새 국방전략(NDS)을 발표함에 따라 북한 역시 대화에 앞서 이에 대한 나름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게 먼저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는 4월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 간 접촉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 군사작전을 전개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것이 북한의 정세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2021년 1월 북한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기념하는 군 열병식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국방 분야, '핵·재래식 무기 병진노선' 선포 예고

국방 분야에서는 '핵과 상용(재래식) 무기의 병진노선'과 핵억제력 강화 등 전반적으로 핵 능력 강화를 위한 군사적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제8차 당 대회에서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위한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북한은 공격 및 정찰용 첨단 드론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방사포와 순항미사일, '핵 어뢰' 등 수중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했다.

군사정찰위성과 첫 '핵무기 발사 가능 잠수함' 및 핵추진잠수함의 건조도 8차 당 대회 이후 새로 등장한 무기체계다. '국가 핵무력 강화'를 위해 첨단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해 온 결과다.

그런데 김 총비서는 지난해 9월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앞으로 당 제9차 대회는 국방건설 분야에서 핵무력과 상용 무력의 병진 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개발해 온 핵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한국과의 전쟁을 상정해 유사시 한국을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의 국지전용 무기도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해석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서 얻은 실전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나 일반 방사포, 자주포 등 첨단무기가 아닌 비대칭 전력 이나 재래식 무기체계가 여전히 실전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을 직접 체감한 바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상 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국가 주석' 수순 밟을까…전문가 "시기상 절박한 이유는 없어"

이번 당 대회 이후 김 총비서가 국가 주석으로 오르는 수순을 밟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9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 직책을 공식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북한이 2024년 9월 이후 김정은을 '국가수반'으로 지칭해왔는데, 이는 1974년과 1992년 개정 헌법에 규정된 '주석' 역할과 일치한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주석을 국가원수로 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국가 주석제를 사실상 당과 국가 체계 자체를 전방위적으로 통제하는 영역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9차 당대회를 통해서 자신(김정은)의 시대가 왔고 그에 걸맞게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라고 한다면 '당적 영도'와 '국가적 영도' 두 개를 통합해 굉장히 큰 직함을 가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김 총비서가 영어로는 대통령과 주석 모두 '프레지던트'로 불린다는 점을 의식해 주석직에 오르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비서를 '체어맨'이라고 부른다.

다만 김 총비서가 현재 시기상 주석을 달아야 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김정은 혁명사상'이라든가 김정은 주의'까지 내세우면서 일종의 우상화 수준은 이미 자기만의 시대를 알리는 일정 수준까지 도달했는데, 국가 주석까지 같이 달아야 할 만큼의 절박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당 규약에 주체사상(김일성)과 선군정치(김정일)를 바탕으로 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체제의 통치 이념이라고 명문화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주의' 확립을 위한 당 차원의 조치가 지속돼 온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 주의'가 정식으로 공표된다면, 이번 당 대회는 김정은 체제의 통치 이념을 완성하는 대대적인 내부 결속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