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앞두고 北 인도적 숨통부터…트럼프의 '전략적 유화' 속내

美 '승인'에 유엔 대북제재위,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제재 면제'
워싱턴식 상황 관리 무게…"韓 요구도 수용하는 전략적 일석이조"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슬 유민주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에서 보류돼 온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17건이 제재 면제를 부여받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의 제의 이후 미국이 면제 절차에 동의하면서 약 9개월간 묶여 있던 사업들이 일괄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승인된 사업은 우리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 5건, 유니세프·세계보건기구(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 8건, 미국 등 타국 민간단체 4건으로 알려졌다. 모두 기존 사업의 면제 기간을 연장하는 성격이 강하다.

구체적으로 보건·식수·위생·취약계층 영양 지원 등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15개 안보리 이사국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다만 실제 사업 재개 여부는 북한의 수용에 달려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인도주의적 배려라기보다 교착된 북미 관계를 관리하려는 워싱턴의 '관리 전략'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압박 일변도 전략만으로는 긴장감 고조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역시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북핵 문제가 미중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고려할 때, 북한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보다는 관리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미국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뉴스1 방은영 디자이너
워싱턴식 상황 관리에 무게…전문가 "韓 요구도 수용하는 전략적 일석이조"

전문가들도 미국의 '상황 관리'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에 힘을 실으며, 특히 올해를 남북 대화 등 한반도 평화 공존프로세스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한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동맹 관리'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적대적 정책만 펴는 것이 아니라 협조할 경우 우호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제스처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요구해 온 대북 접근 여지를 일부 반영하는 측면도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태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재를 유지하되 인도주의 원칙을 가시적으로 보완해 협상 여건을 관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동맹국과 국제사회에 민간인 보호를 보장했다는 명분을 확보해 대북 강경 기조의 정당성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예상되는 반응에 대해선 "체제 이미지와 협상 레버리지를 고려해 공개적 환영은 자제하면서도 필요한 물자를 실무적으로 수용하는 이중적 대응을 보일 수 있다"며 "법·제도적으로는 진전이지만 금융 제약과 접근 제한 등으로 실제 인도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