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재 면제' 카드…'北호응·페이스메이커 탄력' 선순환 주목

美, 인도적 지원 사업 제재 면제…압박 속 '저강도 신뢰 조치'
전문가들, 北 즉각적인 호응 보단 '전략적 관망'에 일단 무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예슬 유민주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을 추진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치 자체는 제한적이지만 북한이 이를 대화 재개의 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북미 접촉은 물론 한국의 중재 역할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의 제의로 미국은 그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에서 보류해 온 일부 제재 면제 조치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 이행 감독 기구인 1718 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인도적 지원 사안에 대해 제재 면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이는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가 선행돼야 하는데 대북 인도적 지원 사안은 미국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조치를 군사·제재 완화와 같은 구조적 정책 변화의 조짐이라기보단, 최소한 미국이 완전한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관계 관리 국면으로 이동할 여지를 보여준 저강도 신뢰 구축 조치로 평가한다.

특히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북미 간 공식 협상 이전 분위기를 탐색하는 '탐색적 메시지'로 활용돼 왔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최근 북미 간 직접 접촉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군사·전략 협력을 강화하며 대외 관계의 무게추를 이동시키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역시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확전 가능성은 관리하려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제한적이지만 대화 여지를 남기는 조치가 나왔다는 점은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전문가들, 北 '전략적 관망'에 일단 무게…트럼프 방중은 여전한 '변수' 관측도

관건은 북한의 반응이다. 이번 조치를 관계 개선 메시지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상징적 조치로 평가절하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북러 밀착이 심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의 제한적 유화책에 즉각 호응하기보다는 전략적 관망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전면적인 지원 허용이 아니라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일부 품목 반출 승인을 재개한 수준"이라며 "북한이 과거 요구했던 핵심 제재 해제와는 거리가 있어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정도의 파급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은 이미 체제를 움직일 카드로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같은 본질적 문제가 아닌 만큼 직접적인 대화 동력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외교 일정과 맞물린 파급 효과는 변수로 꼽힌다.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전후해 미중 간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경우 북미 접촉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동안 좁아졌던 한국의 외교 공간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중재자, 이른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할 여지가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이번 제재 면제는 그 자체보다 북한의 대응 여부에 따라 외교적 파급력이 달라질 수 있는 조치라는 평가다. 북한이 대화 신호를 보낼 경우 북미 접촉과 한미 공조 강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형성될 수 있지만, 무반응으로 일관한다면 상징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