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군축 조약 끝낸 미·러…'북핵 고도화·비핵화 실종' 우려
미·러 '뉴스타트' 종료로 핵무기 '최후 안전핀' 사라져
전문가 "핵보유국 지위 지향해온 北, 더 노골화할 듯"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이 양측 간 합의 불발로 끝내 종료됐다.
전세계 핵무기의 약 85%를 보유한 미·러가 스스로 핵군축을 위해 마련했던 '안전핀'을 포기하면서, 핵무기 보유국들 간의 군비 경쟁이 가열되고 특히 북한이 더욱 노골적으로 핵전력 고도화를 추진할 명분이 생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현지시각) CNN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과 러시아 간 별도의 협의 없이 뉴스타트가 만료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0년 체결된 이 조약은 양국이 각각 실전 배치한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 운반체는 700개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원래 조약의 유효기간은 10년이었지만 지난 2021년 양국이 5년 연장에 합의하면서 효력은 올해 2월 4일까지 유지돼왔다.
지난 2023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자 이 조약에도 처음 균열이 생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처음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의 전략 시설을 사찰하려 한다"며 협정 중단을 선언했다가,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며 러시아 입장에서도 군비 부담이 커지자 미국을 향해 "조약의 핵심 내용을 1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한 다자 간의 '새로운 핵군축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장을 거부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뉴스타트가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고, 더 나은 합의를 할 것"이라며 "플레이어 몇 명을 더 끌어들 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플레이어'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그러나 자국의 핵전력은 미·러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열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단계에서 핵 군축 협정에 참여하라는 요구는 매우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도 만약 새 군축 협상을 시작한다면 프랑스와 영국까지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각국의 시각차가 선명하게 대비되면서 다음 핵군축 협상이 체결되기까지는 많은 난항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핵 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한 핵무기 보유국들의 군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번 뉴스타트의 종료를 통해 강대국들 간의 결정만 있으면 핵군축 조약은 쉽게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향후 협상에 참여하기보다는 핵 개발에 전념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과 이란 등 비공식 핵무기 국가들이 더욱 눈치보지 않고 핵 개발을 추진할 발판도 마련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핵경쟁'이 보편화되면 국제사회가 이들에게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특히 북미대화 가능성이 줄곧 언급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핵 개발에 더욱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조만간 개최될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차기 5년간의 군사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뉴스타트 종료로 인해 향후 강대국들의 핵전력 증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한층 강화된 핵무력 노선을 선언할지 주목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 군비 경쟁이 가속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적 기준 등이 무력화된 것이기 때문에 그간 핵보유국 지위를 지향해온 북한이 이를 더욱 노골적으로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lus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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