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더 이상 美의 핵심 관심사 아니다…韓의 분쟁지역 통제권 약화"

38노스 "과거엔 '인내'로 관리된 상황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에서 악수를 나눈 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함께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미국의 대외 전략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면서 의도치 않게 각국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전략적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22일 한반도 문제 컨설팅 회사인 스트래티직링크스(SL)의 설립자이자 제네바 소재 인도주의 대화 센터(HD)의 선임 자문위원인 이상수 박사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박사는 북한이 더 이상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관심 대상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미국의 주요 전략 문서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사라지고, 한미 양자 외교 문서나 한미·일 3자 공동성명에만 제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짚었다.

이 박사는 이러한 침묵이 단순한 수사적 변화가 아니라, 미국이 한반도 위기 관리에서 점차 한발 물러서며 대북 억지력의 책임을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동맹국으로 이전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그 부담이 점점 한국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는 안정적인 질서로의 전환이 아니라 더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안보 환경으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는 북한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전략 변화가 자국의 운신의 폭을 넓히고, 한국에 대한 압박이 억지력 강화와 국내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이득이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공식 연설과 교리 개정,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는 법률 제정 등을 통해 이러한 인식을 제도화해 왔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위력시위뿐 아니라 현상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명확한 전략적 목적이 내포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의 점진적인 태도 변화를 틈타 한국이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관리해 온 분쟁 지역, 특히 북방한계선(NLL)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대한 통제력을 서서히 약화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한국 내부의 정치적 부담과 분열을 키우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박사는 그간 북한 도발에 대한 한국의 대응 수위는 정치적 고려사항이었지만, 최근 안보 상황의 변화와 맞물려 '대전제'도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 한국 정부의 첨단 무기 체계 보강 등 자립적 억지력 강화는 결국 유사시 북한에 대한 빠르고 강한 대응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다.

이 박사는 "미국의 안보 부담 전가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안정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명확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모든 당사자가 위험을 감수하도록 부추기게 되며, 이는 북한이 한계를 시험하도록, 한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도록, 그리고 지역 강대국들이 파급 효과에 대비하도록 만든다"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이어 과거에는 정치적 메시지 발신과 인내로 관리되던 상황들이 이제는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졌으며, 이러한 역학관계가 누적될 경우 한미 모두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