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韓 유의"로 무인기 '숨 고르기'…당대회 목전서 내부 결속 방점

군사 충돌 등 위험 피하며 정치적 압박…北의 계산된 위기관리
전문가 "韓 책임론 최대치 유지…대북 유화 기대는 원천 차단"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을 내세워 한국 국방부의 '무인기 운용 사실 없음' 입장을 "유의한다"며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한국 책임을 부각하며 남북 대화 기대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향후 보다 정교한 대남 압박과 맞대응 여지를 남긴 '관리된 경고'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11일 김 부부장의 담화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전했다. '한국의 무인기 침투' 주장을 실은 인민군 총참모부 성명 하루 만에 최고위급 대남 메시지 창구인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는 무인기 사안을 군사적 충돌로 비화시키기보다는, 당분간 정치적·외교적 카드로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1~2월 개최가 유력한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외부 위협을 부각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국 국방부의 설명을 두고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는 남북 간 책임 구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계산된 언어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의 절제된 메시지를 북한은 오히려 약점으로 보고 향후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근거로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게재하며 "지난 1월 4일 국경 대공 감시 근무를 수행하던 우리 구분대들은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하도리 일대 상공에서 북쪽방향으로 이동하는 공중 목표를 포착하고 추적하였으며 우리측 영공 8㎞계선까지 전술적으로 침입시킨 다음 특수한 전자전자산들로 공격하여 개성시 개풍구역 묵산리 101.5고지로부터 1200m 떨어진 지점에 강제추락시켰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추락한 무인기 잔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확전은 피하되 책임은 최대화…남북 대화 보단 압박에 무게

담화에서 또 주목되는 대목은 '민간 비행물체'라는 표현이다. 북한은 '군사 드론이든 민간에서 띄운 비행체든 영공 침범은 모두 국가 책임'이라는 점을 이번에 분명히 했다. 이는 '민간 드론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라는 방어 논리를 원천 차단하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부장은 이번에 "민간 소행으로 발뺌하려 한다면 공화국 영내에서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수많은 비행물체들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비례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또한 한국을 '불량배, 쓰레기집단'으로 명명하며 비난 기조를 이어갔다. 이는 최근 북한이 공식화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맞물려, 대화가 아닌 압박에 힘을 싣겠다는 걸 재차 강조한 대목으로 해석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사적 사안 대응은 피하되 한국 정부의 책임론은 최대치로 유지하고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 및 관계 개선 기대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라며 "향후 무인기·비행체 관련 정부·민간 활동에 대한 경고 및 비례적 대응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사진은 무인기에 설치된 촬영 및 가종 장치들. 사진은 무인기에 기록된 개성시 개풍구역일대를 촬영한 자료의 일부.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오물풍선' 넘어선 '회색지대 도발' 여지도

이번 담화는 북한이 향후 비대칭적 대응, '회색지대 도발'로 이동할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도 읽힌다.

이른바 '오물풍선'보다 더 정밀한 무인기나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활용해 남측의 대응 태세를 시험하고, 사회적 혼란을 유도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일부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군사적 사안이 아니라 체제 존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북 전단이 체제 비난이라면, 무인기는 지도부와 핵심 시설의 안전과 직결된 위협이라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무인기는 전단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체제의 안전과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 기회에 남북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