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네수 사태 내부에 숨기는 이유는…'지도자도 축출 가능' 각인 피하기

美에 대한 '적개심' 대신 '공포심' 발생 우려
내부 '불만 세력'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된 사실을 내부에는 알리지 않고 있다. 독재 체제의 지도자가 수 시간 만에 권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릴 경우 내부적으로 미국에 대한 공포심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7일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4일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발표한 입장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비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유린했다"라며 "우리는 미국의 패권 행위를 가장 엄중한 형태의 주권 침해로,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영토완정이 기본 목적인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낙인하며 규탄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주민들의 접속이 차단돼 있다.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또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나 축출 등의 언급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베네수엘라 사태의 '전말'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피했다.

이 같은 소극적 대응은 최근 북한 매체의 베네수엘라 관련 보도 흐름을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베네수엘라 관련 보도를 17건이나 싣고 마두로 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당시에는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베네수엘라를 반미 연대의 일원으로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정작 마두로 정권의 붕괴가 현실화하자, 북한은 베네수엘라 관련 보도를 중단했다.

북한이 이번 사태를 내부에 알리지 않는 배경에는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외부 압박에 의해 축출될 수 있다는 서사가 주민들에게 전달될 경우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북한은 최근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조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있는데,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제거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공포심'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에서 체제에 대한 반발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법정 출석을 위해 뉴욕 맨해튼에 도착하고 있다. 2026.1.5 ⓒ 로이터=뉴스1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이번 대응은 한층 더 신중하다. 북한은 과거 리비아와 이라크 정권 붕괴 국면 때는 미국식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례로 이들 국가를 간헐적으로 언급한바 있다. 특히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북한은 여러 외교 담화 등에서 "핵을 포기한 뒤 체제가 붕괴된 사례"로 리비아를 반복 인용하며 핵·군사력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다만 당시에도 북한은 리비아나 이라크의 정권 붕괴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하기보다는, 관련 사태가 정리된 이후 필요한 대목만 선별적으로 인용하는 방식을 취하곤 했다. 외부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민들에게 전파하기보다는, 체제 유지에 유리한 내용만 가져와 '반면교사'로 활용해 온 것이다.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에서는 이 같은 '반면교사 프레임'조차 적극적으로 꺼내 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 조심스러운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무엇보다 미국과 직접 관계된 사건이라는 점도 북한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일 수도 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