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만남에 아랑곳 않는 北…당 대회까지 제 갈 길 간다

김정은, 시진핑과 '톈안먼 만남' 후 북중관계 자신감
한중 정상회담 날에 '북러 밀착' 과시…대외 기조 변화 동향 없어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5일 당·정부 지도간부들과 함께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장을 찾았다"라고 보도했다. 이곳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성과를 선전하기 위해 건설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당일에 '북러 밀착' 행보를 보이며 한중 정상의 만남보다 러시아와의 외교가 더 중요하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냈다.

한중 정상회담 전날에 동해로 신형 탄도미사일(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달리 마치 '관심이 없다'는 듯한 스탠스를 취한 것인데, 북한이 1~2월 중 개최할 9차 노동당 대회 때까지는 다른 사안에 개입하기보다 자신들의 실익을 극대화하는 '마이웨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6일 제기된다.

北, 한중 정상회담 소식에 논평 없어…김정은은 러시아 파병군 챙기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인 5일 딸 주애와 당·정부의 고위 간부들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착공한 곳으로, 러시아 파병군의 성과를 선전하고, 전사자를 추모하는 공간이다.

이날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전날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의 개최 사실을 보도하지도 않았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첫날인 지난 4일엔 극초음속미사일 도발로 '시비'를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딴판이다.

대신 김 총비서의 '러시아 챙기기' 행보를 통해 현재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외교 파트너는 러시아라는 메시지를 부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파병군 전사자를 챙기며 민심을 다독이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북중관계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아직 양측이 선명하게 관계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관측과, 지난해 9월 김 총비서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일 참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다시 북한의 우군이 됐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현재 미국과의 패권 경쟁과, 여기에서 파생된 일본과의 갈등, 긴밀하게 지냈던 베네수엘라의 정권 축출 등으로 북한보다 신경을 써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현시점의 북중관계가 동북아 외교의 큰 변수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도 이런 상황에서 일단 실익이 있는 사안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는 뜻이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북한연구학회장)은 "갈등적인 국제 질서 속에서 적극적인 대외 입장을 발표하는 등 대외 외교에 나서는 것보다 국내 경제 발전 및 체제 결속에 나서는 것이 현재 북한의 입장에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짚었다.

북핵·비핵화 문제에 침묵하며 北 도와준 中…'4월 분수령' 실현 미지수

청와대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과의 대화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창의적 방안' 모색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주석 본인이나,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북한이나 비핵화, 한반도 등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내놓지 않으면서 이 사안에 대해 전략적으로 침묵했다. 북한의 입장에선 중국이 여전히 한국보다 자신들을 더 중시 여긴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올해 초 가장 중요했던 외교 이벤트 중 하나인 한중 정상회담을 '손해 없이' 넘기는 상황이 됐다. 당장 9차 당 대회에서 결정할 새 대외노선을 검토할 때 외부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9차 당 대회에서도 전향적 대외 노선을 정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핵추진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하면서 한미의 합의로 도입이 확정된 한국형 핵잠수함에 대해 "반드시 대응을 해야 할 사안"이라며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고, 올해 초까지 한미를 겨냥한 핵전략무기와 재래식무기 공개 및 도발을 이어가면서 대화에 큰 관심이 없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마두로와 비슷한 처지가 될 수도 있는 김 총비서의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깊게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국이 대북 문제에 아직 적극적이지 않고, 북미 간 신뢰 형성이 어려운 상황은 종합적으로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추진하는 '4월 정세 분수령' 만들기에도 차질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제안하면, 중국의 보호 혹은 설득 속에 북한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개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현시점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구미를 당길 결정적 한방을 마련하는 것이 쉽진 않아 보인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