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北 포로 한국 송환, 결국 해 넘긴다

한-우크라 당국 간 협의 1년째 지지부진
탈북민 단체 등 민간 차원의 노력 활발…현지 변호사 선임도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25일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면담하는 모습 (유용원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4/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것으로 확인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이들의 송환 절차는 1년째 진전이 없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국내외 민간단체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아직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만큼 송환 협상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31일 나온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탈북민 단체 '겨레얼통일연대'는 국제 비정부기구(NGO)들과의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북한군 포로들을 위한 현지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주 안으로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군 포로들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보호대상'으로 등록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송환을 위한 당국 간의 논의도 진행 중이지만, 유엔과 ICRC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민간 차원에서 현지 단체들과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 24일 북한군 포로들의 자필편지를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군 포로들은 편지에서 "한국에 계시는 분들을 친부모, 친형제로 생각하고 그 품속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면서 한국 망명 의사를 재확인했다.

포로들은 겨레얼통일연대를 비롯한 탈북민 단체들이 이들을 응원하는 내용의 편지와 북한 음식 등을 전달하자, 이같은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간 '외교적 협의' 가장 중요하지만…국제 정세 등으로 양국 모두 미온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생포된 북한 군인. (젤렌스키 대통령 X 캡처) 2025.1.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북한군 포로 2명은 지난해 러시아에 파병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접경지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인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됐다가, 올해 1월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생포 직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포로들의 인적사항과 심문 영상을 직접 올리며 이들의 존재가 국제사회에 공개됐다.

이후 지난 3월 포로들 중 한 명이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먼저 밝혔고, 나머지 한 명도 고심 끝에 지난 10월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이 모두 한국행을 원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북한군 포로들은 국제법상 전쟁 포로인 동시에 국내법상 한국 국민이라는 독특한 법적 지위에 놓여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의 송환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우크라이나 당국 간 '외교적 협상'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정부가 이들이 한국 헌법상 국민이라는 점, 그리고 이들이 북한으로의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안을 우크라이나 측과 적극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정보 당국과 외교 채널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적절한 중재안을 찾지 못하며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포로의 신병 문제도 명확한 가닥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군들을 공개적으로 송환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우선 민간단체들과의 협의를 이어가며 여러 가지 방안을 신중하게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4일 외교부는 국내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과 '우크라이나 포로 북한군 자유송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등과 만나 송환 관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계속 뒤집히는 상황에서 포로 송환 문제도 속도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탈북민 단체나 인권 단체들에서도 협력 요청이 들어와 함께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