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옆에서 생산 강조…새해도 '북러 밀착' 예고
"러시아에서 받은 기술력으로 공장 현대화 추진할 듯"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군수공업 기업소 방문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는 북러 군사 밀착의 다음 단계를 보여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사일과 포탄 생산 실태 점검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북러 협력이 무기 과시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군수 공급 관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는 관측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중요군수공업기업소들을 방문하시고 4·4분기 미사일 및 포탄생산 실태를 료해(파악)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화성-11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포착됐다. KN-23은 그간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무기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온 기종이다. 이런 미사일을 최고지도자의 생산 점검 보도와 함께 노출한 것은, 북한이 이미 이뤄진 거래를 넘어 향후에도 물량과 공급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북러 군사 협력은 이미 여러 차례 구체적 장면을 통해 축적돼 왔다. 2023년 9월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포탄과 미사일을 둘러싼 협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후 북한의 포탄 대러 제공 정황, 미사일 이전 의혹이 잇따랐고, 북한은 지난해 10월엔 특수부대를 러시아 쿠르스크에 파병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북한을 공개적으로 '우방'으로 지칭하며 정치적 엄호에 나섰다. 최근에는 정상급 접촉을 넘어 차관급·실무급 교류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군사·경제·외교 전반에서 고위급 대표단 왕래가 이어졌고, 군수·산업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과 보도도 반복됐다. 이는 북러 관계가 단발성 정상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아래 단계까지 구조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김 총비서가 이날 공업 기업소 현대화와 공장 신설 등을 지시한 것 역시 생산 확대의 장기적인 토대 마련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 총비서가 미사일과 함께 포탄 생산을 병행 강조한 점은 러시아의 현실적 수요와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재래식 탄약 소모가 큰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은 즉각적 공급이 가능한 군수 협력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뿐 아니라 포탄 생산 능력까지 동시에 점검·확대하려는 모습은, 북러 협력이 특정 무기 체계에 국한되지 않는 전면적 군수 협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개를 북러 밀착의 '새로운 국면'으로 해석한다. 정치적 연대나 상징적 정상회담을 넘어,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얼마나 오래 공급할 수 있는가가 협력의 핵심 지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초 예정된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를 앞두고 군수공업 확대·현대화 계획을 비준한 점도, 북러 협력이 단기 거래가 아닌 중장기 전략 관계로 관리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포탄 생산 실태 료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포탄이 절실한 러시아에 보내는 신호"라며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과거의 낙후된 군수 공장들을 디지털화·자동화된 현대적 기업소로 탈바꿈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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